'자중지란(自中之亂)'을 겪으며 분당 위기에 직면한 새누리당 내 간극이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친박(친박근혜) 지도부가 조기 사퇴와 전당대회 개최를 앞세워 극적 반전을 꾀했지만 비주류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당 붕괴에 한 발짝 다가선 상태다.
또 이 대표가 거국중립내각 구성 이후로 사퇴 시점을 잡고, 당헌을 개정해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당 대표 겸직이란 '절대권력'을 넘기려는 것도 꺼림칙하다는 얘기가 돈다.
당 중진인 주호영 의원 등 비주류는 "사태를 내년 1월까지 두 달이나 더 끌고 가는 혼란을 방치할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다른 여권 관계자도 "1월 중순 귀국이 예정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을 의식한 일정"이라며 "여당이 사실상 붕괴된 가운데 (보수진영 대선후보로 출마가 유력한) 반 총장에게 위기를 구원할 '메시아'의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시도"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 입당을 꺼리는 반 총장에게, 여당 개혁의 칼자루를 넘기면서 확실한 당근책도 제시한 셈이다.
음모론도 퍼지고 있다. 소장파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정현 대표가 사퇴 시점을 거국중립내각 수립 이후로 잡은 건 (신임) 내각에 진박(眞朴·진실한 박근혜) 인사를 심으려는 흑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여권 주류의 출구전략이 간파당하면서 새누리당 내에선 이전투구의 진흙탕 싸움이 확산되고 있다. 비주류는 기존 친박 지도부가 "더 이상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며 '보수 혁명'을 촉구 중이다. 이날도 이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각각 최고위원회의와 원내대책회의를 따로 소집해 균열을 드러냈다.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주재한 이 대표는 당의 단합을 호소하면서도 새 지도부 출범 전까지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을 통해 "늦어도 전당대회 한 달 전까지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나 분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같은 시각 국회 본청의 대표실 앞에선 원외 당협위원장 5명이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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