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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라면을 살까? 주식을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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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증권부장

전필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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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9월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자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다. 인류사 최대, 최악의 전쟁 2차 세계대전의 시작이었다. 1차 대전이 끝난 지 불과 20여년, 전쟁에 대한 악몽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일어난 참사에 미국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전쟁 발발 후 1년간 미국 증시는 49%나 폭락했다.

모두가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지질탐사 회사에 다니던 20대 청년 존 템플턴은 직장 상사에게서 1만달러를 빌린다. 그리고 증권회사에 전화를 걸어 1달러 미만 주식을 100주씩 산다. 이렇게 그가 산 종목은 총 104개. 이중 34개 회사는 부도가 났지만 수십 개 종목이 수십 배 폭등한다.(최종 도산한 회사는 4개뿐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덕분에 4년 후 템플턴의 투자금은 4만달러로 불어난다.
역발상 투자의 대가 존 템플턴의 전설은 이렇게 시작됐다. 전쟁 발발 소식을 들은 템플턴은 1929년 대공황 이후 시작된 미국의 경기 침체가 끝날 것이라고 봤다. 남들이 극단적인 비관론에 사로잡혀 있을 때 템플턴은 기회라고 본 것이다.

남들이 주식을 파는데 급급할 때 템플턴은 어떻게 이것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일반적인 분석은 이렇다. 템플턴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930년대 중반 독일을 여행하며 독일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예견했다. 남북전쟁과 1차 세계대전 당시에 군수 물자의 증가로 산업 전반이 호황을 누렸다는 것도 파악했다. 템플턴은 전쟁이 미국 기업들에게 돈이 될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베팅을 했다는 얘기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템플턴이 이 같은 확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이라는 틀은 유지될 것이고, 전쟁도 이 틀 안에서 수행될 것이란 걸 템플턴은 역사를 통해 배운 것이다.
온 나라가 '최순실 게이트'로 시끄럽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5%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취임 이후 4년 가까이 단 한 번의 사과도 않은 대통령이 불과 열흘 사이에 두 번씩이나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반전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야당에서는 탄핵과 하야 얘기가 나오고, 여당에서조차 대통령의 탈당과 2선 후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뜩이나 경제가 힘들다고 난리인데 정국까지 불안해지니 투자자들도 불안해졌다. 올 들어 줄곧 국내 주식을 사 모으던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지난주 코스피는 2000선 아래로 밀렸고, 코스닥은 개인들의 투매에 10% 이상 빠지면서 600선까지 위협을 받았다.

게다가 바다 건너 미국 정치까지 투자자들을 위축시켰다. 막판 트럼프의 약진에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까지 움츠러들었다. 트럼프의 반세계화 정책이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여기에 곧 있을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투심은 더욱 악화됐다.

경제가 어렵다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국내 정세, 누가 되든 자유무역 기조가 퇴조될 것이라는 미국 대선, 글로벌 유동성을 줄이는 미국금리 인상. 어느 것 하나 국내 증시에 긍정적이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투자시장에서 대부분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심지어 우리 땅에 포탄을 쏘아댔을 때도 증시는 잠시 조정을 받은 후 힘찬 반등을 했다. 북한이 도발을 하면 '서민들이 라면 사재기를 할 때, 부자들은 주식을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12년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마찬가지였다. 초유의 사태에 지수가 급락했지만 이내 회복했다.

위기가 닥치면 누구나 두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을 믿는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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