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등산로 입구에 도토리, 밤 등 수거하는 상자 설치
지난주에는 서울시내 도로 한가운데 멧돼지가 뛰어들어 택시와 부딪치는 사고가 있었다.
가을철 멧돼지나 청솔모 등 야생동물의 출몰이 잦은 건 개체 수는 늘어났는데 산 속의 먹잇감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구청장 노현송)는 가을철 등산객이 재미삼아 집어오는 도토리, 밤 등 임산물을 수거하는 상자를 등산로 입구에 설치했다.
야생동물의 먹이가 되는 도토리 등을 등산객들이 마구 채취해 가는 바람에 다람쥐, 토끼, 꿩, 청솔모 등의 먹잇감이 많이 부족해져 이를 다시 돌려주기 위해서다.
구는 이달 초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개화산, 봉제산, 치현산 등산로 입구 10곳에 도토리 수거상자를 두었다.
처음 도토리 수거상자를 본 주민들은 효과(?)를 의심하면서도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는 상자를 설치하고 일주일 간 공원관리자를 통해 매일 확인한 결과 도토리가 조금씩 쌓여 상자의 절반 정도를 채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근 주민의 말에 따르면 도토리 수거상자는 도토리를 모으는 것 뿐 아니라 등산객에게 임산물 등을 함부로 채취하지 않도록 하는 홍보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이들에게 동네 뒷산에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무심코 가져오는 도토리 등이 야생동물의 먹잇감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도 알릴 수 있어 주민 호응이 좋다.
구는 도토리 수거상자를 통해 모은 임산물을 다시 산 속 곳곳에 뿌려 야생동물의 먹이로 돌려줄 예정이다.
오춘섭 공원녹지과장은 “도토리 수거상자를 설치한 후 임산물 무단채취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작은 상자에 불과하지만 자연보호와 지역생태계를 살리는 홍보물로 유용하게 활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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