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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손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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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콥 브로노브스키는 '인간역사(1972년)'에서 알타미라 동굴 벽에 남은 원시 화가의 손자국에 대해 말한다. 브로노브스키는 거기서 화가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것은 나의 표지이다. 나는 인간이다!" 손은 말한다. 음성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수화(手話)로써 뜻을 통한다. 이때 손은 성대와 같은 도구가 된다. 손바닥을 위로 들어올려 간청하고 안으로 당겨 포옹하며 손바닥을 밑으로 해 다독이고 손바닥을 보여 거부의 뜻을 분명히 한다.
 우리나라의 '인체언어'는 5000여 개, 그 중 손의 언어가 600개라고 한다.(이규태) 유목민족은 발의 문화, 농경민족은 손의 문화가 발달한다. 우리는 일을 처리할 때 '손을 쓴다', 그만둘 때 '손을 뗀다'고 하고 악행을 그만두면 '손을 씻었다'고 한다. 손짓으로 문장을 구성하지 않아도 손은 이미 말을 하고 있다. 손은 때로 감탄하고 신음하며 부르르 떤다. 분노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새 두 주먹을 불끈 쥔다. 안타까운 장면 앞에서 어느새 손은 땀에 흥건하게 젖는다.

 호주의 이벳 그래디는 저서 '손으로 고른 남성'에 이렇게 썼다. 사각형은 실용적이다. 둥근 형은 성질이 급하고 정열적이다. 긴 형은 심령적 성향을 지닌다. 뼈대형은 학구적이고 지적이다. 달걀형은 창의적이다. 주걱형은 모험심이 강한 불확실성을 지닌다. 반지를 어느 손가락에 끼는가?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엄지?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싱글이다. 우정과 의리를 상징하는 검지? 중지는 안정을 향한 희구와 높은 성취의지를 상징한다. 커플링은 사랑을 약속하는 무명지에 낀다. 변화를 꿈꾸며 새로이 도전할 때 소지를 택한다.
 어떤 사람들은 손을 '운명의 지도'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저마다 지도를 쥔 채 태어난다. 손금. 손금이 점성술의 수준에 가 닿으면 수상술(手相術)이다. 16세기 사람 파라셀수스는 손이 소우주인 인간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수상술은 자연을 인격화해 해석하는 친근한 기술이다. 파라셀수스는 인체를 자연화하여 인간의 몸은 나무이며 삶은 나무를 소진시키는 불이라고 하였다. 이 이론은 생기론과 같은 맥락으로서 헨리 무어, 한스 아르프 등 조각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손은 접촉과 교섭의 수단이다. 손은 살아 있는 몸이며 조직화된 유기체, 즉 범 감각적인 것이다. 우리의 삶은 여러 감각기관들의 작용에 의하는데 그 중 손에 의한 육체적 접촉은 교섭의 가장 근원적인 형태이다(데즈먼드 모리스). 손은 여러 감각들의 관계성과 조화를 육화(肉化)한다. 메를로 퐁티 식으로 말하면 손은 함께 작용하고 일하는 존재이다. 손에 의한 촉감은 우리가 외부 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최고의 감각이다. 손은 우리 의식의 최전선이다.

 독자께서 이 글을 읽을 즈음, 나는 옛 도시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운하 앞에 서 있을 것이다. 거기서 손을 들어 흔들겠다. 사람이 손을 흔들면 이별이거나 반가움이거나 알아봄이거나 알림이다. 애매하다. 그래서 해석이 필요하다. 맥락과 현상을 읽어야 한다. 지도를 갖고 걸어도 우리 삶의 행로는 언제나 어지럽다.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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