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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워치]뉴욕에서 본 ‘N분의 1’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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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뉴욕 특파원

황준호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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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을 N분의 1로 계산할 것인가. 자신이 먹은 것만 계산할 것인가.

뉴욕에서 외식을 하면서 갖는 흔한 고민 중 하나다. 밥값도 딱 떨어지지 않는다. 밥값 외에 0.88% 가량의 세금이 붙는다. 여기에 팁을 15%를 줄 것인가 아니면 20%를 줄 것인가가 또 하나의 난제다. 팁은 통상 점심은 15%, 저녁은 20%를 준다. 애매하게 18%를 붙이기도 한다.
세금과 팁은 같이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자기 음식 값에 상응하게 나눠야 할 것인가, 아님 N분의 1로 쪼개야할 것인가. 또다시 숙제다. 밥값은 그렇다 치더라도 세금과 팁은 어떤 가중치를 뒤야 할 것인가.

어렵게 숙제를 해낸다고 해도 밥값 지불 수단으로 카드를 생각한 사람과 현금을 내는 사람과의 차이는 어떻게 둘 것인가. 세 사람이 식사 총액이 111달러가 나왔다면 현금으로는 얼마를 내야 적당할까.

오죽하면 팁 계산 앱까지 나왔을까. 밥값 계산에 지친 나머지 우리나라에 유행하는 시쳇말 중 하나인 “노-답”이라고 외친 적도 있다. 식탁에 앉은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아직까지 세금과 팁까지 자기가 먹은 밥값의 가중치를 적용해 계산하는 이를 보진 못했다. 그렇게 계산한다면 정말 붙잡고 싶은 이성과 함께 있거나 정말 무례한 이와 식사를 한 경우라 미뤄 짐작해 본다.

국가별로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나이나 사회 직급, 서열에 따라 밥을 사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어리거나 사회적 직급이 낮은 친구가 밥값을 계산하겠다고 했다가 혼이 나는 경우도 있다.

일본 출신의 친구들의 경우 N분의 1로 쪼개서 밥값을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본인보다 나이가 좀 어린 친구가 속해 있으면 그의 팁이나 음식 값의 일부를 지불하기도 했다. 나름 정이 묻어 있는 계산법이다.

반면 본인이 먹은 음식 값을 정확하게 지불하는 경우는 미국·유럽 등 서양 사람들과의 식사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세금과 팁에 가중치까지 두지 않는다. 자기가 먹은 밥값과 함께, N분의 1로 나눈 세금과 팁을 각자 나눠 지불한다. 나름 융통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곳에서는 밥값을 지불하는 것도 식사의 한 부분이다. 밥값을 계산하기 위해 통상 웨이터를 기다린다. 웨이터와 눈을 마주치기를 기다린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웨이터가 도착하기 전에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린다. 영수증을 뜻한다. 영화에 등장하는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해리가 샐리를 만나도, 악마가 프라다를 입고 나타나도 웨이터를 기다리는 것이 법이다.

쪼개고 붙이고 해서 각자의 밥값을 계산해야 하다 보니, 카운터에 서서 계산을 하면 식당도 복잡해지고 손님들도 불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 같은 풍경은 이제 먼 나라의 풍경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머지않은 미래에 찾아 볼 수 있을 만한 풍경으로 보인다. 다만 문화라기보다는 규제를 통한 변화라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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