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악 만경대는 대청봉의 웅장함과 흘림골, 주전골의 화려한 단풍을 동시에 굽어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전망대에 서면 만물상 등 기묘한 바위들이 많아 '작은 금강산'으로도 불립니다. 조선 정조 때 실학자 성해응의 '동국명산기'에는 '이곳 만경대에 오르니 많은 봉우리들이 빼어난 경치에 이른다'고 묘사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오색지구 흘림골 탐방로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발단입니다. 지난해 8월 초 탐방로에서 100톤짜리 바위가 굴러 떨어져 인명사고가 났습니다. 사고 직후 공단은 탐방로의 빗장을 굳게 닫아걸었습니다. 탐방로 폐쇄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생계가 막연해진 상인들과 주민들이 단풍시즌 흘림골 개방을 요구했습니다. 공단 입장에서는 산사태가 난 구간을 열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흘림골 대신 만경대를 잇는 '둘레길'을 제안했습니다. 기왕 개방되고 있는 주전골 계곡과 만경대를 잇는 원점 회귀 탐방로를 조성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출발지점과 종착지점을 오색지구로 정해놓은 건 당연히 지역 상인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단풍시즌을 코앞에 둔 상인들은 논란 끝에 제안을 받아 들였습니다. 공단의 최종 안정성 평가 결과 흘림골 구간이 다시 열리면 만경대 구간은 금단의 땅으로 되돌아갑니다. 반세기 동안 닫혀 있던 만경대가 임시로 열린 이유입니다.
궁금한 건 또 있습니다. 이름입니다. 만경대냐, 아니면 망경대(望景臺)냐 그것입니다. 지난 주말 탐방로를 찾은 관광객들이 전망대 명칭을 놓고 설왕설래했습니다.
이 같은 사연을 들어도 대부분의 탐방객과 주민은 다소 생소한 망경대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것이지요. 만경대가 더 친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튼 탐방로가 열린 이유나 만경대든 망경대든 이름이 무엇 그리 중하겠습니까. 설악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주전골과 만물상을 굽어보는 전망대가 열린 것이 더 중하겠지요. 그것도 46년 만에 말입니다. 서둘러 신발장에 고이 모셔둔 등산화를 꺼내십시오. 가을은 한순간입니다.
조용준 사진부장ㆍ여행전문기자 jun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