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알고 넣자③]"오를 땐 빨리, 내릴 땐 천천히?" 오해와 진실
60% 세금 부과 탓에 국제유가 떨어져도 쉽게 기름값 못 내려
주유소 가격 결정 구조도 유가하락 체감속도 늦춰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국제유가는 급격히 떨어지는데 주유소 휘발유 값은 천천히 떨어진다고?"
초저유가 시절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소비자들이 품는 의문이다. 현재(1일 기준) 보다 휘발유 가격이 ℓ(리터)당 40원 쌌던 올해 5월 첫째 주로 돌아가 보자. 석유관리공사에서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5월 1주 휘발유 가격은 ℓ당 1366.9원이었다. 1년 전 2015년 5월 1주(1516.3원)에 비해 9% 떨어진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64달러에서 42달러로 34% 하락했다.
휘발유 판매가격이 하락폭이 적은 이유는 휘발유에 60% 정도 세금이 부과되는 가격구조 때문이다. 유류세는 유가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부과된다. 교통세 36.5%, 주행세 9.5%, 부가가치세 8.2%, 교육세 5.5%가 붙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름 값에는 각종 세금이 붙어있어 아무리 국제 유가가 내려가도 정해진 세금은 내야하기 때문에 쉽게 떨어질 수가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들의 주유소 공급가는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기반으로 정해진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들여와 제품으로 만들기까지 두 달이 걸린다는 점도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 하락 속도 간 엇박자를 만든다.
주유소들의 가격 결정 구조도 하락 체감 속도를 늦춘다. 주유소는 정유사의 공급가를 원가로 삼아 가격을 결정한다. 주유소들은 각 주유소에 휘발유, 등유, 경유 저장탱크를 갖고 있다. 한 달에 두 세번 석유 제품을 사서 소비자에게 판다. 주유소들은 쌀 때 많이 사놓고, 비쌀 때 많이 팔아 이익을 많이 남기려고 한다. 여기서 유가 하락 속도와 휘발유 값 하락 속도 간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2주 전에 비싸게 산 휘발유의 재고가 많이 남아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값을 내리더라도, 주유소가 당장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최종 가격은 선뜻 내리기 어렵다.
주유소 관계자는 "비싸게 샀던 기름을 싸게 팔고 싶어 하는 주유소는 한 군데도 없을 것"이라며 "이 주유소의 경우도 비싸게 산 휘발유를 모두 팔 때까지 소비자 가격을 뚝 떨어뜨리진 않아 소비자 입장에서 하락 체감 속도가 늦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