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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미학' 정욱장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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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장 교수의 '긴 여정-코끼리'(2016) [사진=서울예술재단 제공]

정욱장 교수의 '긴 여정-코끼리'(2016) [사진=서울예술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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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정욱장(56) 울산대학교 예술대학 교수가 열여덟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신작 20여점과 함께 야외전시장 한 쪽에 놓인 대형 작품 한 점이 포함되어 있다.

활발히 작가활동을 이어간 정 교수는 조각의 물질성으로 예술자체의 본질과 특수성을 실험한다. 여기에 시대가 안고 있는 환경 문제를 덧입힌다. 특히 머리를 하늘로 한 채 식물과 같은 긴 다리를 한 동물들의 초현실적인 모습을 통해 자연과 인생을 끊임없이 사유한 흔적이 드러난다. 하지만 꼭 환경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재된 사유가 발생하는 지점인 긴 여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정 교수는 "기본적으로 역사와 인간의 통합적 관점에서 이야기했다. 인위적인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면 결국은 환경으로 돌아온다. 멸종위기 종을 주로 표현했다. 동물들은 인간의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효용 가치가 떨어졌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서식지를 잃고 있다. 코끼리나 낙타 등은 옛날에는 전쟁이나 이동수단으로 활용됐지만 지금은 관광 상품이나 육고기로 전락했다. 다시 말해 여러 결과물로 인해 동물과 인간 사이에 괴리가 생겼다. 그런 이야기들을 긴 다리와 같은 효용성을 잃어버린 상징으로, 식물의 줄기(다리)와 같은 것으로 표현했다. 동물들이 점점 없어진다는 위기의식도 함께 반영했다"고 했다.

정 교수는 고등학교시절부터 석조에 입문했다. 40여 년 동안 조각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해왔다. 스테인레스 스틸의 반짝이는 재료로 나뭇가지나 식물처럼 유기적으로 가늘고 긴 팔다리를 한 북극곰, 낙타, 코끼리, 사슴 등을 표현했다. 숭고한 느낌마저 자아내 마치 솟대를 보는 듯하다. 20-30대 시절 그가 이어온 작업물 중 나무솟대나 신상작업에서 보여주듯 수직적이고 제의적인 특징이 엿보인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솟대의 조형성(造形性)이 모티브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상징성보다는 공간성에 집중했다. 긴 다리 동물 시리즈의 모습과 솟대의 조행성이 거의 유사하다. 솟대는 또한 기원이다. 긴 다리도 기원의 의미로 연민과 사랑이 담겨있다. 동물들 간의 관계가 다시금 가까워지기를 기원한다는 측면이다"고 했다.
A very light thing-A camel (매우 가벼운 것-낙타) 550x180x225(h)cm Stainless steel wire, aluminum wire & iron 2016

A very light thing-A camel (매우 가벼운 것-낙타) 550x180x225(h)cm Stainless steel wire, aluminum wire & iro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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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아연, 황동 등 온갖 금속이 있지만 정 교수가 관심을 두는 금속은 스테인레스 스틸과 알루미늄 두 가지 뿐이다. 두 금속의 색깔은 무채색이다. 원래 채색을 좋아하지 않는 그의 성향도 반영됐다.
그는 "이들 금속은 여백을 많이 주고, 스스로를 많이 드러내지 않는 효과를 준다. 스테인레스 스틸을 사용할 때 특히 광택을 내는 편인데 그렇게 하면 주변을 반사한다. 마치 물처럼 자신의 모습보다 타인의 모습, 타자의 관점에서 자신을 입히는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했다.

정 교수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1999년 이후 일상적인 평범한 인물의 현상으로 비움의 조각을 실시한다. 'Work-David(2001)', '매우 가벼운 것(A very light thing-A camel, 2016)' 등은 스테인레스 스틸 와이어를 활용한 밴딩 기법으로 만들었다. 속을 채우기 보다는 은연중에 드러내려 한다.

정 교수는 "기본적으로 조각은 공간을 지배하는 예술이지만 '매우 가벼운 것'은 그 실루엣으로 최소한의 형태만을 유지했다. 동물(動物)은 한자 그대로 움직이는 본성을 회복해야 하지만, 무거운 쇳덩어리에 강제된다. 동그란 추는 움직임을 끌어주는 듯 보이지만 그 반대의 의미일 수 있다. 어떠한 상징이 있을 때 철학을 담아 거대 담론이 이어지거나 무겁게 이야기 한다. 그러한 의식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매우 가벼운 것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결코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가볍지 않다"고 했다.

여백과 고요 그리고 침묵. 이 세 가지는 그가 작품 활동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요소다. 공(空)과 허(虛)에 이르는 노자의 사상을 마음에 품으며 물성을 연마해 오고 있다. 그는 "채우기보다 비워내고, 컬러로 뽐내기보다 회색으로 드러내지 않게 진정시키려고 했다. 또 알루미늄 평면조각들로 불룩 튀어나오기보다 파내는 등 노자적 관점으로 풀어냈다"고 했다. 정욱장 개인전 '긴 여행(A Long Journey)'은 오는 27일까지 서울예술재단에서 열린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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