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정욱장(56) 울산대학교 예술대학 교수가 열여덟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신작 20여점과 함께 야외전시장 한 쪽에 놓인 대형 작품 한 점이 포함되어 있다.
활발히 작가활동을 이어간 정 교수는 조각의 물질성으로 예술자체의 본질과 특수성을 실험한다. 여기에 시대가 안고 있는 환경 문제를 덧입힌다. 특히 머리를 하늘로 한 채 식물과 같은 긴 다리를 한 동물들의 초현실적인 모습을 통해 자연과 인생을 끊임없이 사유한 흔적이 드러난다. 하지만 꼭 환경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재된 사유가 발생하는 지점인 긴 여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정 교수는 고등학교시절부터 석조에 입문했다. 40여 년 동안 조각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해왔다. 스테인레스 스틸의 반짝이는 재료로 나뭇가지나 식물처럼 유기적으로 가늘고 긴 팔다리를 한 북극곰, 낙타, 코끼리, 사슴 등을 표현했다. 숭고한 느낌마저 자아내 마치 솟대를 보는 듯하다. 20-30대 시절 그가 이어온 작업물 중 나무솟대나 신상작업에서 보여주듯 수직적이고 제의적인 특징이 엿보인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솟대의 조형성(造形性)이 모티브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상징성보다는 공간성에 집중했다. 긴 다리 동물 시리즈의 모습과 솟대의 조행성이 거의 유사하다. 솟대는 또한 기원이다. 긴 다리도 기원의 의미로 연민과 사랑이 담겨있다. 동물들 간의 관계가 다시금 가까워지기를 기원한다는 측면이다"고 했다.
A very light thing-A camel (매우 가벼운 것-낙타) 550x180x225(h)cm Stainless steel wire, aluminum wire & iron 2016
원본보기 아이콘철, 아연, 황동 등 온갖 금속이 있지만 정 교수가 관심을 두는 금속은 스테인레스 스틸과 알루미늄 두 가지 뿐이다. 두 금속의 색깔은 무채색이다. 원래 채색을 좋아하지 않는 그의 성향도 반영됐다.
정 교수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1999년 이후 일상적인 평범한 인물의 현상으로 비움의 조각을 실시한다. 'Work-David(2001)', '매우 가벼운 것(A very light thing-A camel, 2016)' 등은 스테인레스 스틸 와이어를 활용한 밴딩 기법으로 만들었다. 속을 채우기 보다는 은연중에 드러내려 한다.
정 교수는 "기본적으로 조각은 공간을 지배하는 예술이지만 '매우 가벼운 것'은 그 실루엣으로 최소한의 형태만을 유지했다. 동물(動物)은 한자 그대로 움직이는 본성을 회복해야 하지만, 무거운 쇳덩어리에 강제된다. 동그란 추는 움직임을 끌어주는 듯 보이지만 그 반대의 의미일 수 있다. 어떠한 상징이 있을 때 철학을 담아 거대 담론이 이어지거나 무겁게 이야기 한다. 그러한 의식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매우 가벼운 것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결코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가볍지 않다"고 했다.
여백과 고요 그리고 침묵. 이 세 가지는 그가 작품 활동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요소다. 공(空)과 허(虛)에 이르는 노자의 사상을 마음에 품으며 물성을 연마해 오고 있다. 그는 "채우기보다 비워내고, 컬러로 뽐내기보다 회색으로 드러내지 않게 진정시키려고 했다. 또 알루미늄 평면조각들로 불룩 튀어나오기보다 파내는 등 노자적 관점으로 풀어냈다"고 했다. 정욱장 개인전 '긴 여행(A Long Journey)'은 오는 27일까지 서울예술재단에서 열린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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