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중에만 지중해를 건너다 숨진 난민의 숫자가 3000명을 넘었다고 한다. 난민들은 시리아뿐 아니라 에리트리아, 소말리아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인들이 몸을 움직일 수도 없게 빽빽하게 타고 있는 낡은 배가 유럽 국가의 경비정을 만나는 모습은 이제 뉴스 화면에 익숙한 장면이 됐다. 그나마 뉴스에 나오는 배는 운이 좋아서 경비정의 눈에 뜨인 것이고 그렇지 못하고 지중해의 파도 속으로 사라지는 난민들이 하루 평균 10여명이 되는 셈이다.
난민이 많이 발생하게 된 것은 국가 사이의 전쟁이 아닌 국내의 분쟁이 빈번해진 것과 관계가 크다. 국가 간의 전쟁은 군인들이 싸우고 민간인들은 부수적인 피해자가 되었다면, 국경이 불분명한 내전, 극단적 폭력주의, 테러와의 싸움에서는 군인과 민간인의 차이가 희박해진다. 따라서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을 피하려면 집을 떠나 난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돌게 된다.
가난과 굶주림 때문에 난민이 되는 경우도 많다. 오늘날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전 인류를 먹이는 데 충분함에도 기아와 영양부족은 계속되고 있고, 국내 또는 국가 간의 빈부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불평등을 줄이려는 구조적 노력과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극도의 빈곤으로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단순히 경제적 난민으로 간주하고 국경의 통제로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서 멀어지게 된다.
지난해 9월 개발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지속가능개발목표(SDG)는 ‘모두 함께 가는 세상’을 핵심 정신으로 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려면 난민과 같이 가장 취약한 상황의 사람들을 챙겨야 한다. 우리 정부와 국민도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다시는 또 다른 아기 쿠르디의 사진을 신문에서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준 주 유엔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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