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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한진그룹 무한 책임론…정부, 과거로 회귀하겠다는 건가"

최종수정 2016.09.12 11:40 기사입력 2016.09.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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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인터뷰

이승철 부회장, 한진사태에 쓴소리
유한책임 주식회사에 도넘은 강요
정부가 그룹에 배임 부추기는 꼴
신산업 공급정책으로 위기 넘어야
창업1세 키우는 토양 조성이 먼저


[대담=아시아경제 이정일 산업부장, 정리=고형광 기자] "분리경영하라 해서 열심히 좇아왔더니 이제는 통합경영을 내세우며 무한책임을 강요하고 있다. 다시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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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한진해운 사태를 두고 한진그룹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정부당국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정부당국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수출대란이 벌어지자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에 대해 한진해운 사태의 모든 책임(여기에는 대주주로서의 사회적 책임까지 포함돼 있다)을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부당국은 그러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부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곧 파산을 의미한다"거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기겠다"고 했다. 법정관리는 기업 스스로 회생하기 어려워 법원에 회생을 맡기는 것인데 정부와 채권단은 법정관리 전과 이후의 과정 내내 공개적으로 개입하고 유한책임론을 내걸었다. 그룹 대주주에 배임죄를 무릅쓰고 부실기업을 지원하라는 데 대해서는 재계는 물론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주식회사의 무한책임, 과거로의 회귀 = 이 부회장이 보기에 이 같은 관치(官治)는 다시 있어서는 안 되는 과거로의 회귀다. 지난 7일 전경련회관에서 만난 이 부회장은 "한진해운은 물론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주식회사"라며 "개별 그룹에 무한책임을 강요하는 것은 주주가 유한책임을 진다는 주식회사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뻔히 손해 볼 것을 알면서 돈을 지출하는 건 배임에 해당하는데, 정부가 (한진그룹에) 배임을 강요하고 있다"며 "훗날 누가 책임질 수 있겠나"라고도 했다.
이 부회장의 화살은 중후장대의 대표 산업인 자동차를 향했다. 현대자동차노조가 노사합의안을 부결시키고 더 많은 요구를 한 것에 대해서는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노조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의 시대가 끝나고 내연과 배터리의 하이브리드, 배터리만으로 움직이는 전기차,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등의 변신과 함께 자율주행차와 무인차 시대라는 대(大)변혁의 시대에 왔다. 이 부회장은 "산업의 패러다임이 통째로 바뀌는데 노조는 여전히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대중소기업 상생과 동반성장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최근 논란이 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창조경제 동물원' 발언을 두고서다.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에서 한국에서 중소기업발 혁신이 어려운 이유가 "정부가 산업현장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어 '국가 공인 동물원' 구조를 만들었다"며 비판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과 벤처기업들이 자발적 의사로 서로가 상생을 위해 모인 곳"이라며 "창조경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혁신센터는 폄하의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의 민간 부문 단장을 맡고 있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간판 격인 '창조경제'를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 할 소리를 한 것이다.

◇ 경제민주화는 나누기가 아니라 만들기 =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은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ㆍ통화정책 중심의 패러다임을 신(新)산업 공급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의 위기 극복은 재정과 통화를 늘리는 '수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드는 '공급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단기성 정책보다는 새로운 산업을 발굴해 국가 산업으로 키워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경제 발전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만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신(新)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현재의 위기 극복은 재정과 통화를 늘리는 '수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드는 '공급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만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신(新)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현재의 위기 극복은 재정과 통화를 늘리는 '수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드는 '공급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 무용론'도 제기했다. "우리 정부는 금융위기,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위기 때마다 추경 카드를 꺼내 드는데, 추경이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줄 안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추경이 효과 없다는 것은 모든 나라가 실감한 만큼 이제는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재정 세제 통한 수요정책 더 이상 효과 없다 = 그는 공급정책의 방향으로 '하이찬스(High Chance)' 산업과 '과소공급(Under Supply)' 산업을 꼽았다. 어려운 하이테크(High Tech) 산업보다 기회가 많은 하이찬스 산업, 경쟁이 심한 과잉공급 산업보다 오히려 공급이 부족한 과소공급 산업에 집중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하이찬스 산업은 수요가 분명하고 비교 우위가 있지만 규제에 막혀 있는 산지비즈니스나 자동차 개조 등을, 과소공급 산업은 국내는 미진하지만 시장 기회가 큰 시니어산업을 대표 사업군으로 이 부회장은 꼽았다.

특히 시니어산업과 관련해 "현재 시니어 인구가 유아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났음에도 시니어를 위한 제품도, 인지도 있는 시니어 전문기업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2030년엔 한ㆍ중ㆍ일 3국에서 4억1000만명에 달하는 시니어 소비 기반이 형성되는 만큼 사업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공급정책 확대를 위해 지난 7월 전경련 주최로 '신산업육성 전국토론회' 출범식을 개최했고, 이후 전국을 순회하며 지방자치단체와 신산업 육성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창업 2, 3세 걱정하지 말고 창업 1세 키우는 토양 만들어야 = 아울러 이 부회장은 경제 발전을 위해 '재계 1세'를 끊임없이 배출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요즘 재계 2~3세 경영에 대해 '기업가 정신'이 많이 떨어졌다며 걱정을 많이 하는데, 세계 경제는 대개 1세대가 끌고 나간다"며 "2~3세 걱정하기 전에 재계 1세대가 끊임없이 나오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재 국내 30대 그룹에서 1세대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재계 서열 25위) 회장과 김홍국 하림그룹(29위) 회장 두 분뿐인 반면 미국은 아마존, 구글, 테슬라, 페이스북 등 첨단산업에서 1세대 리더들이 즐비하다"며 "1990년 이후 우리나라에 새롭게 창업된 10대 기업이 한 곳도 없다는 점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세대 간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세대 간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처럼 현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지속적 성장을 통한 안정된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경제적, 사회적책무를 의미한다"며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자녀세대와 일자리를 나누고, 앞으로 받을 연금도 미래세대에 넘기지 말고 자기 세대가 납부한 만큼만 받아가는 '세대별 자기 책임제'로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1959년생인 그는 "베이비부머의 중간 세대로서 우리는 좋은 나라 물려받았는데, 자식들이 살아갈 훗날의 대한민국은 어떨지 정말 걱정이 된다"며 "국제시장 세대가 물려준 '한강의 기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녀세대에게 '한강의 위기'를 물려줘서야 되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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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부회장…창조경제 추진단 제안한 '정책 브레인'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재계에서 '정책 브레인'으로 통한다. 그가 기획한 정책 상당수가 국정과제로 추진됐다. 참여정부 당시 제안했던 '기업도시' 정책과 현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추진체인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설립 제안이 대표적이다.

몇몇 사람들은 여러 아이디어로 무장한 그의 적극적인 활동에 '전경련이 이런 일까지 하느냐'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이 부회장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국회ㆍ정부ㆍ기업 등이 서로 정책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활발히 소통해야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이는 약 30년간 '전경련맨'으로 살면서 체득한 신념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석ㆍ박사학위를 받은 경제통이다. 1990년 한국경제연구원 입사를 시작으로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상무), 전무를 거쳐 2013년부터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대기업 출신이 아닌 내부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27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국가 번영에 필요한 새로운 정책을 기획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그중 이 부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현장'과 '체험'이다. '살아 있는' 정책을 제안하려면 반드시 현장을 보고,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사내교육은 현장ㆍ체험 중심이 대부분이고, 출장을 가면 산업현장에 꼭 방문한다. 특히 외국에선 한국에 없는 새로운 산업을 중심으로 돌아보는데, 덕분(?)에 사무국 직원들이 사전조사에 애를 많이 먹는 편이다. 이 부회장은 공학ㆍ기술ㆍ기계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과적' 성향이 강한 탓도 있다. 그래서 모든 생활을 '디지털화'하길 좋아한다. 명함 무게까지 잴 수 있는 디지털 저울을 책상에 두고, 수시로 각종 사물의 무게를 재보는 특이한 취미를 가져 '미스터(Mr.) 디지털'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그는 부회장직을 맡은 이후 지난 4년간 가장 보람된 일로 '300만 고용창출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점을 꼽았다. 그는 "그동안 전경련을 '나누기식 정책'의 방어자가 아니라 '만들기식 정책'의 공격자로 탈바꿈시키려고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100만, 200만 일자리를 만드는 데 앞장서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제 저성장과 산업의 저출산ㆍ고령화로 국가 경제에 비상등이 켜져 있는 요즘, '재계의 제갈공명'인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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