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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 뇌 연구는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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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KIST 뇌과학연구소장

김동진 KIST 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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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혁신적인 뇌 과학 관련 기술개발과 응용을 통해 복잡한 뇌 기능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10년간 45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하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인 '첨단 혁신 신경공학을 통한 뇌 연구 (BRAINㆍ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뇌 연구 분야는 세계 열강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같은 해 유럽연합(EU)은 '인간 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를, 이듬해엔 일본이 '뇌마음(Brain/MINDSㆍ질병연구 목적의 통합 신경공학 지도 그리기)'이라는 사업을 시작했으며, 올해 중국도 국가 차원의 대형 뇌 연구 사업인 '중국 뇌 프로젝트(China Brain Project)'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미래창조과학부가 2027년까지 뇌 연구 신흥강국으로의 도약 준비를 위해 한국인 특화 뇌 지도 등 핵심 뇌 기술 조기 확보와 뇌 연구 생태계 확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뇌 과학 발전전략'을 수립, 발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 연구 투자규모는 여전히 선진국 대비 매우 저조한 수준이며, 바이오기술(BT) 분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4~5%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우리나라의 뇌 연구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후발주자인 우리가 선진국 대비 열악한 예산과 연구인력으로 그 간격을 극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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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형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뇌는 우리 몸의 여러 기관이 감지, 인지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 저장하고 이를 판단하여 반응하고 행동하는 전 과정을 총체적으로 담당한다. 다시 말해 뇌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뇌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도 그 복잡성 때문에 단편적인 접근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결집한 다차원적인 접근이어야 하는 전형적인 융합과학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분자 수준에서부터 구조적 이해에 이르는 뇌 기능 이해가 가능한 멀티스케일 뇌 연결지도를 작성하고, 이를 빅데이터화 하는 연구를 들 수 있겠다. 구축된 뇌 연결지도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개발 종사자들이 뇌질환의 진단과 치료방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뇌 연구 분야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기초연구 성과라는 기반이 전제되어야 융복합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이므로 국가적 차원의 대형 융ㆍ복합 연구과제의 발굴과 함께 뇌 연구 분야의 저변확대와 생태계 확충을 위한 투자 또한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임상 중개연구 또한 강화돼야 한다. 뇌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 또한 그 결과를 적용해 삶의 질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연구를 임상 적용에 연계하는 중개연구의 강화다. 특히 뇌질환의 경우 발생 원인과 경로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서 연구실에서의 연구결과가 임상에서 바로 성공으로 이어지기가 매우 어려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미 축적된 수많은 임상 결과들을 빅데이터화 하고, 그것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기초연구의 테마를 발굴해 그 결과를 다시 임상에 활용하는 형태의 중개연구도 필요하다. 최근 KIST 뇌과학연구소가 개발한 '혈액기반의 치매 조기진단 시스템'이 좋은 성공 사례다. 이 연구는 신경과학, 화학, 공학 분야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임상의가 시작부터 함께 참여해 진료 현장에서 실제 사용 가능한 고감도의 진단 시스템을 단기간 내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협력은 뇌 연구 분야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선진국들이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는 그들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그 성과를 활용하고, 우리가 특화할 수 있는 분야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시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 일본과의 협력 연구 네트워크는 서구인들과는 다른 동양인의 뇌 연구라는 공통의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뇌 연구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뇌 연구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연구 분야인데, 여기에 적용되는 제도는 과거의 것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발생시키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은 '뇌 은행(Brain Bank)'을 설립해 사후 뇌 기증의사를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뇌를 기증하도록 한 다음, 이를 필요로 하는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법 상의 규제로 인해 연구자들이 뇌 조직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주로 쥐나 원숭이 같은 동물의 뇌를 이용한 연구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뇌질환 치료제 개발 연구 또한 임상실험 등 신약 개발 절차의 과도한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생명윤리와 신약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관련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할 수 있다면 뇌 연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동진 KIST 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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