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만 빨랐더라면, 그랬다면 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 집에 도착했을텐데.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엘리베이터 표시등을 째려봤자다. 그러거나 말거나 등 뒤로는 땀이 줄줄 흐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엘리베이터는 9층, 10층을 지나 12층, 13층으로 상승 중이다. 저러다 20층 꼭대기까지? 설마? 그러나, 그렇지만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을까. 엘리베이터는 기어코 20층을 찍고서야 되돌아오는데 19층, 18층, 17층… 하강속도는 왜 저리 더딘지. 20층 주민은 왜 그리 얄미운지. 8층 넘는 아파트는 왜 지어서 이 모양인지.
신문들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콜레라와 식중독 따위의 후진국병이 창궐한다고 떠들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이기주의가 펄펄 끓는다. 그 바람에 이타심이 슬슬 녹는다. 진화 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우리는 모두 이기적으로 태어났다"고 말한 것처럼,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타심은 이기심에 비해 열성이다. 이타심은 이기심보다 적은 보수를 남기기 때문에 적자생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타심을 실현(해야)하는 것은 이타적인 공동체가 이기적인 공동체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작은 양보와 연민과 사랑과 봉사가 기적을 행한다는 사실을 익히 체험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기적으로 태어난 우리는 이타심을 배우고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 리처드 도킨스의 조언이다. 연민과 이타심의 대가인 제임스 도티 박사도 최근 펴낸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에서 "규칙적인 명상과 집중으로 뇌와 심장의 잠재력을 활용하면 누구나 이타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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