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X파일] 마약에 빠진 '엔카의 여왕' 포르쉐 반전
2억원 포르쉐 리스계약 '사기' 혐의 유죄…월 380만원 리스료 납부 능력 없다는 판단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한국 가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엔카(演歌)의 여왕',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인기 있었던 가수….
가수 계은숙(55)은 화려한 경력을 쌓았던 유명 가수다. 독특한 그의 음색은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특히 일본식 트로트인 '엔카'와 잘 어울렸다. 계은숙은 '기다리는 여심' '오사카의 모정' 등 여러 히트곡을 남기며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안락한 노후와는 거리가 먼 현실을 맞이하게 됐다.
계은숙은 7월27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 2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최고의 가수가 교도소 신세를 지게 된 배경, '마약의 늪'이 바로 그 원인이었다.
계은숙은 이미 일본에서 마약 문제로 처벌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일본 동경지방법원은 2007년 12월31일 각성제단속법 위반죄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일본 '각성제단속법(覺せい劑取締法)'은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페닐메틸아미노프로판(메트암페타민) 등을 각성제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에서 마약의 유혹에 빠져 명성을 훼손했던 그는 한국에서도 '위험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 계은숙은 2012년 10월 서울 강남 가로수길 부근 길가에서 메트암페타민(이른바 필로폰) 0.7g을 무상으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계은숙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신의 집에서 필로폰을 무상으로 받아 커피에 타서 마시는 방법으로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계은숙은 지난해 6월에도 강남의 한 호텔에서 필로폰을 받아 커피에 타서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필로폰 일부는 요구르트에 타서 마시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은숙은 짧은 시간에 여러 차례 마약에 손을 댄 것으로 조사됐고, 검찰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계은숙이 언제부터 마약에 빠졌고, 얼마나 많은 마약을 투약했는지는 그만이 알고 있다. 분명한 점은 그의 마약 투약과 소지 사실이 적발됐고,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계은숙이 실형을 선고받게 된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계은숙은 김모씨와 함께 최고급 외제승용차인 포르쉐를 리스하는 과정에서 사기 혐의도 적용됐다.
계은숙은 2013년 4월 서울 강남구 포르쉐 전시장을 찾아 "우리가 포르쉐 파나메라 4S 승용차를 리스로 구입하려고 한다. 매월 리스료를 지급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켰다.
계은숙 소유의 강남구 신사동 다세대주택을 담보로 활용하려고 했지만, 근저당이 많이 설정돼 한계가 있었다. 김씨는 포르쉐 리스 계약 체결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자 '계은숙 계약서'를 내밀었다.
김씨는 계은숙이 2013년 6월 제주도의 한 호텔에서 공연한 뒤 2억원의 출연료를 받기로 했다는 계약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계약서 내용은 가짜였다.
김씨는 포르쉐를 타고 다닐 목적으로 리스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잠시 포르쉐를 타고 다니다 자금이 필요하면 포르쉐를 사채 업자에게 넘기고 자금을 융통하려는 목적이 숨겨져 있었다. 실제로 김씨는 시가 2억원 상당의 포르쉐를 받은 후 A씨에게 담보로 제공한 뒤 5000만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계은숙의 화려한 이름을 믿고 포르쉐 리스를 허가했던 회사 입장에서는 사기를 당한 셈이다. 결국 이 사건으로 계은숙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되고, 기소에 이르게 됐다.
계은숙의 변호인은 "김씨와 차량을 리스한 것은 사실이나 공모하여 허위의 행사출연계약서를 작성·제출해 이 사건 자동차를 편취한 사실이 없고, (김씨에게) 기망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은 계은숙도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포르쉐 영업사원은 계은숙이 행사출연계약서를 제출할 때, 리스계약을 체결할 때, 자동차를 출고해 인도받을 때도 모두 김씨와 함께 매장에 왔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계은숙은 특별한 소득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서 리스계약에 따라 매월 380만원이 넘는 리스료를 납부할 만한 경제적인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계은숙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1심은 "피고인은 이 사건 리스계약의 당사자로서 허위의 행사출연계약서가 작성·제출됐다는 사정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도 피해자와 이 사건 리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자동차를 인도받아 이를 편취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2심은 계은숙이 사기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한 점, 차량 공매를 통해 일부 피해 회복에 이르게 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 2월을 선고했다. 형량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실형을 선고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받아들였고, 계은숙의 실형도 확정됐다.
중년 이상의 성인 남녀에게 계은숙이라는 이름은 한 시대를 주름잡은 인기가수로 각인돼 있다. 계은숙이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않을 정도다.
계은숙은 포르쉐 매장을 찾아가 리스 계약을 맺었고, 해당 차량은 5000만원의 사채 담보로 활용됐다. 계은숙은 자신도 억울하다 항변했지만, 법원은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마약의 늪에 빠졌던 '엔카의 여왕', 포르쉐 논란은 그의 명성에 또 다른 흠집을 안겨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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