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개막 나흘째. 리우데자네이루에 올림픽 열기가 무르익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일요일인 7일(한국시간 8일 오전)에는 오후 11시가 넘어서도 메인프레스센터(MPC) 인근이 관중들로 북적였다. 도로는 전용 차량을 달리는 수송 버스를 제외하고 매우 혼잡했다. 오토바이 사이렌 소리는 요란하고, 나팔과 응원가가 뒤섞여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뤘다.
리우를 누비는 브라질 사람 무리에는 다양한 인종이 공존한다. 유럽계 백인이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특유의 얼굴이 확연하게 나뉜다. 그래도 인종 차별로 인한 문제는 거의 없다고 한다. 리우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는 레지시아(27)씨는 "혈통이 다양하고 땅이 넓어 인종끼리 충돌할 우려는 크지 않다. 대신 빈부격차 때문에 계층간 갈등이 매우 심하다"고 했다. 올림픽을 "부자들만을 위한 대회"라고 꼬집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빈민촌 주민들은 평균 50달러(약 5만5000원)씩 하는 경기장 입장권을 사기 어렵고 중계방송을 접하기도 쉽지 않아 올림픽에 무관심하다고 한다.
그러나 가깝고도 먼 나라 아르헨티나의 순서가 되자 상황이 달랐다. 곳곳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이를 의식한 듯 아르헨티나 관중들은 국기를 들고 일어나 큰 소리로 환호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1825년 브라질 남부 시스플라티나주의 독립 문제를 두고 3년 가까이 전쟁을 벌였다. 500일 전쟁으로 불리는 이 전투에서 브라질이 졌고 유럽의 중재 끝에 우루과이가 탄생했다. 이 역사적 앙금을 바탕으로 두 나라는 지금까지도 앙숙으로 지낸다. 월드컵처럼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 때는 상대의 탈락에 기뻐할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다.
개회식 입장 때 제일 인상 깊었던 순서는 포르투갈이 들어올 때였다. 브라질 사람들은 포르투갈 선수단이 호명되자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쳤다. 포르투갈은 오늘의 리우를 있게 한 나라다. 현재 갈레앙 국제공항이 있는 구아나바라만을 1502년 1월 포르투갈의 탐험가 가스파 데 레모스가 처음 발견했다. 그가 대서양과 연결된 바다의 만(灣)을 강의 하구로 착각해서 붙인 이름이 포르투갈어로 '1월의 강'을 뜻하는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다. 포르투갈이 브라질을 식민지배하며 1763년부터 수도로 삼은 지역도 리우다. 최대 식민지였던 브라질이 1822년 독립할 때까지 포르투갈 지배층은 아프리카나 원주민 노예들을 이곳으로 데려왔다. 국민 대다수가 포르투갈어를 쓰고,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게 된 배경일 것이다. 리우를 포함한 브라질리언은 포르투갈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감이 크지 않다고 한다. 레지시아씨는 "우리는 역사를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그들(포르투갈)을 싫어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개회식에서도 태초의 브라질을 묘사하며 자신들을 식민지로 삼았던 유럽인(포르투갈)을 침략자가 아닌 이 땅에 '도착'한 사람으로 표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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