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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이화여대 사태가 안타까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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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경보가 계속되는 와중에 이화여대 학생들이 열흘 넘게 학교본관을 점거하고 있다. 초반엔 학생들이 교수와 교직원들의 출입을 막고, 수천명의 경찰 병력이 캠퍼스에 진입하면서 학내 분쟁에 공권력이 투입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학교 측이 문제가 된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계획을 철회했지만, 학생들은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학교 측의 '불통'을 문제 삼으며 이제는 총장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은 너도 나도 대학진학에 매달리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이른바 '선취업 후진학'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로 도입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하더라도,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학업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게 교육부가 밝힌 취지다.
이대 학생들은 이미 평생학습자들을 위한 교육과정으로 평생교육원을 운영중인 만큼 정식 졸업장을 부여하기 위한 평생교육 단과대학은 '학위 장사'와 다를 게 없다고 반발했다. 학교 밖에서는 "명문사학인 이대 학생들이 학교의 위상이 떨어질까 염려해 앞장서서 반대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사회에 나간 뒤에도 다시 비싼 등록금을 내고 졸업장을 따려는 수요가 있는 걸 보니 우리나라에서 학력 철폐는 요원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려온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졸업장'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학과 통폐합이나 학제 개편 등 대학구조조정이라는 명목 아래 진행돼 온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의 문제점이 결국 학생들의 분노로 표출됐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분석이다.

대학가에서는 그동안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등록금 인상 억제로 자금 압박을 받는 와중에 정부가 돈을 앞세워 대학을 통제하고 줄세우기 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막상 사업 진행 과정에서는 학교 구성원(학생들)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따라줄 것을 요구해 왔다.
이대의 경우 올 3월 인문학과 타 전공을 융합하는 코어사업(대학 인문역량 강화) 대학으로 선정돼 3년간 96억원을 지원받게 된 데 이어, 5월엔 프라임사업(산업연계교육활성화 선도대학)에도 뽑혀 미래 여성공학 인재양성 등을 목표로 4개 학부, 9개 전공을 신설ㆍ재편하는 구조조정을 계획중이었다. 이번 평생교육 단과대 설립은 학생들의 반발로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 가운데 학생들의 반대로 좌절된 첫번째 사례로 남게 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소통 없는 정책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지는 미지수다. "학생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낸 채 종종걸음을 친 이대 총장이나 "평생교육,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이라는 좋은 사업 취지를 학생들이 포용하지 못한 것 같다"는 교육부 관계자의 말은 애써 이번 사태를 이대만의 일로 치부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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