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생명이야기]<4>통계가 말해주는 건강 과제
우리 경제·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꾸준히 높아져 왔다. 인간의 최고수명이라고 할 수 있는 정명(正命)으로 알려진 125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14년 82.3세로 세계 10위권이며, 가장 높은 나라와도 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평균수명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균수명만 놓고 보면 의학의 발달이나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올라갈 만큼 올라간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의 건강수준은 만족할만한 수준일까?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질적인 건강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정의에 따라 건강을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완전한 상태’로 보고, 몇 가지 지표를 짚어 본다면 질적인 건강 수준은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많은 과제를 제시해 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건강의 유병기간을 제외한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2012년에 66세였으며, 2014년 출생자의 기대여명을 82.4년, 유병기간을 제외한 기대여명을 65.4년으로 보고 있어 평균적으로 15년 이상을 질병이나 부상으로 불편하게 지낸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사망원인에 대한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가운데 자살이 암, 심장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에 이어서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살자 수는 인구 10만명당 수에 있어서도 최근 5년간 28~34명으로 OECD 평균 12명보다 두 배 이상 높으며, 어느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보여 주고 있다.
건강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치매나 우울증으로 진료 받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치매의 경우 2011년 29만5000명에서 2015년에는 45만9000명으로 연평균 11.7%나 증가하였고, 2015년의 경우 인구 10명당 진료인원이 90대는 3.2명, 80대는 1.8명이나 되었다. 우울증으로 진료 받는 사람 수는 2009년 55만6000명에서 2013년에는 66만5000명으로 증가하였는데, 2013년의 경우 20세 미만 진료 받은 수도 3만3000명, 70세 이상은 16만명에 달하였다.
위에서 살펴본 몇 가지 지표, 즉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짧은 건강수명,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 심각한 수준의 치매와 우울증 환자에서 보듯이 우리 국민들의 건강상태는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도 매우 좋지 않은 상태에 있으며, 더 심각한 문제는 건강상태가 개선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치매나 우울증의 경우에는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는 점이다. 또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그 동안 건강과 관련한 우리의 정책이 육체적인 질병의 증세의 완화, 즉 치료에 치중해 온 측면이 강한데, 그 결과 정신적 또는 영적 건강상태가 그 자체로도 우려할 수준임은 물론, 육체적인 질병의 발생이나 악화의 원인을 제공하는 측면도 있음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의 발전이 국민들의 건강수준, 나아가 행복수준을 크게 향상시키지 못하고, 어느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악화시키는 점은 경제의 발전 못지않게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