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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온천 목욕문화, 지열개발 발목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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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지열에너지 보유국…온천 소유주들 "개발시 수온 떨어지고 물 고갈될 것"

일본 군마(群馬)현의 한 온천에서 관광객이 느긋한 시간을 갖고 있다(사진=블룸버그뉴스).

일본 군마(群馬)현의 한 온천에서 관광객이 느긋한 시간을 갖고 있다(사진=블룸버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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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1000년 이상 이어져온 일본의 온천 목욕문화가 원자로 20기에 상당하는 지열에너지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에너지원이 매우 부족한 일본은 지난해 화석연료 수입에만 18조2000억엔(약 201조8100억원)을 썼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 제3의 지열에너지 보유국이다. 지열로 23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일본은 23GW의 약 2%인 600메가와트(MW)만 지열로 생산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000년 넘게 온천이 공중 목욕탕으로 이용돼왔다. 요즘 일부 산간 마을 주민들은 온천에서 달걀을 삶아 먹고 겨울이면 온천 물로 도로에 쌓인 눈을 녹인다.

지난해 말 현재 일본의 지열발전 용량은 인도네시아의 33%, 미국의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0년 이래 지열발전 용량에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렸다. 여기서 신기후 체제 합의문인 '파리협정'이 채택됐다. 파리협정은 2020년 만료 예정인 기존의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한다.
파리협정이 발효되면 선진국ㆍ개발도상국 가릴 것 없이 모든 나라가 기후변화에 대응해 스스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검증 받아야 한다.

지열 개발이 새삼 주목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가동 중단한 원자력 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싶어도 소송과 여론에 밀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지열협회의 사이토 도루(齋藤徹) 사무국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터키ㆍ인도네시아처럼 일본도 지열을 적극 개발하고 싶지만 온천과 국립자연공원 훼손이라는 문제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지열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환경영향 평가 및 시추조사에 9년이 걸릴 수 있다. 환경영향 평가 결과 정부로부터 개발 승인이 떨어져도 발전시설을 건설하는 데 4년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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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활발한 지각변동으로 화산활동이 잦은 환태평양조산대, 다시 말해 '불의 고리' 위에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목표는 오는 2030년까지 지열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수세대에 걸쳐 온천을 소유해온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지열이 개발될 경우 생계가 위협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원 1200명을 거느린 일본스파협회의 데라다 도루(寺田徹) 전무이사는 "지열 개발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지열발전소가 들어설 경우 온천의 수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물이 고갈될 수도 있다"고 발끈했다. 그러니 정부의 지열 개발 규제 완화안을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온천사업은 대규모를 자랑한다. 일본스파협회에 따르면 온천 리조트에서 하룻밤 묵고 가는 관광객이 연간 1억2000만명, 당일 들렀다 가는 관광객은 수천만명이다.

뉴질랜드 소재 지질ㆍ핵과학 연구소인 'GNS사이언스'의 그레그 빅놀 지열과장은 "일본의 지열 개발에서 온천이 걸림돌임은 분명하다"며 "정부와 업계는 온천 소유주들에게 현재의 첨단기술로 개발하면 온천에 아무 문제가 없음을 잘 설명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는 온천ㆍ자연공원 보호법을 완화했다. 이로써 시추가능 지역이 확대됐다. 그러나 이른바 '특별보호구역' 내 시추는 여전히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지열 에너지원 가운데 80%는 온천 지역이나 자연보호구역 안에 자리잡고 있다.

구마모토(熊本)대학 산하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지구자원환경연구부문 수석 연구원인 도샤 도시유키(當舍利行) 교수는 "자연공원 안에서 지질조사 및 시추가 필요할 경우 환경성이 허가하지 않곤 한다"고 지적했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의 대지진으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 정부는 원자력을 저비용 녹색 에너지원으로 간주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필요한 전력의 50% 이상을 원자력으로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지진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일본 정부는 청정 에너지 개발 장려 차원에서 2012년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러나 지열 개발 사업에 돌아간 인센티브는 별로 없다. 그 결과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승인한 86GW 상당의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 중 지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0.1%도 안 된다. 지난해 일본의 총 발전량은 230GW다.

일본지열학회에 따르면 지열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경우 일본에서 연간 방출량 5470만t의 이산화탄소가 저감될 수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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