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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8일 이후]"간판 내린 종로구 한정식집 전철 밟을 것"…암울한 여의도 식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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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유정' 폐업 소식에 불안감
"재료값 줄이기보다 직원 자를 것",
"2만9900원짜리 김영란세트 등장?",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급 한정식집·일식집 등 고민
"회원제 식당·카드분할 계산 등 편법만 난무할 것"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김보경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합헌 판결 이튿날인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식당가에는 불안감이 휘몰아쳤다.
폐업한 서울 종로구 수송동 한정식집 유정. 연합뉴스

폐업한 서울 종로구 수송동 한정식집 유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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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두 달여 뒤 법이 시행되면 요식업계가 밀집한 이곳 국회 주변 여의도의 풍경도 적잖이 바뀔 것이란 우려 탓이다. 직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삼삼오오 모여앉아 고민을 털어놨다. 한 중식당 직원은 “재료값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으니 가게들이 앞다퉈 인건비부터 아끼려 들 것”이라며 “(이곳에서 잘리면) 어느 곳에서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당장 1인당 식사비 3만원이란 김영란법의 상한선이 적용되면 국회에서부터 여의도 공원까지 이른바 '서여의도'에 빼곡히 들어선 식당가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정해진 식사비 기준에 맞추려면 갈 수 있는 곳이 명확해지고 식사자리 자체가 위축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입법의 중심지인 국회는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들은 물론이고 각종 이익단체와 정부기관 관계자, 기업인, 언론인이 교류하는 곳이다. 국회 주변에 식사를 매개로 한 다양한 모임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의원 보좌관들은 “식당가에 2만9900원짜리 '김영란 세트'가 나올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부터 꺼냈다. 이곳의 한 일식당 주인은 "외환위기 때도 경기가 안 좋았지만 지금 같지는 않았다“면서 ”이곳 식당 주인들은 점심은 '특선메뉴'로 버텨보지만 가격대가 비싼 저녁 장사는 접어야 할 것이라 얘기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폐업한 서울 종로구 수송동 한정식집 유정. 연합뉴스

폐업한 서울 종로구 수송동 한정식집 유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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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60년 전통의 한정식집인 종로구 수송동의 ‘유정’이 문을 닫은 소식은 이미 널리 퍼졌다. 유정은 점심 메뉴가 3만원, 저녁 메뉴는 5만원대로 비교적 가격대가 높았지만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이 꾸준히 찾던 곳이다. 인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이 식당은 타격을 입었다.

여의도 일대 식당가도 김영란법이 몰고 올 태풍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조차 못 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20년 가까이 영업하던 한 참치집이 올해 초 대구탕집으로 발 빠르게 업종을 전환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별다른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었다.

일부는 격앙된 심정을 토로했다. 이곳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A사장은 “인사동 한정식집 다수가 매물로 나왔는데, 이제 여의도 한정식집들도 전철을 밟을 것”이라 우려했다. 규제를 푼다는 정부가 오히려 새로운 규제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여의도의 B일식집 매니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밥값까지 규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일침을 놓았다. 이곳 관계자들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40~50%가량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 내다봤다. 매달 1000만원 가까운 임차료를 내려면 매출을 유지해야 하는데 생존 자체가 버겁다는 하소연이다.

매출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식당 주인들은 벌써부터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한 음식점 주인은 “재료의 질을 떨어뜨리던지, 사람을 자르던지 아니면 가게 문을 닫던지 셋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입맛과 수준을 생각할 때 쉬운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즐겨찾는 C중식당 대표는 “40명 넘는 종업원 가운데 누구부터 잘라야 하느냐”고 물었다.

벌써부터 편법 얘기도 나온다. 여의도의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카드 분할 계산이나 현금 계산 등이 늘게 될 것"이라며 "미리 수백만원을 결제한 뒤 여기에 인당 3만원 이내에서 추가로 결제한다며 어떻게 잡아내겠느냐"고 물었다.

이곳의 한 한정식집 사장은 "주변 가게 몇 곳이 이미 가게를 내놨다는 소문도 돌지만 권리금이 비싸 쉽게 매물이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고 편법을 양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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