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상품 옵션으로 저가 패키지 떠안고 특수고용직 처우 열악…규제도 힘들어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한 해 중국인 입국자 수가 600만명을 넘어섰지만 중국인 관광객 브로커 모객, 가이드 쇼핑 목표 할당, 주차비·통행료 대납 요구 등 여행 업계의 불법적인 관행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근본적인 문제는 우선 저가 여행 상품 구조에 있다. 관광객 입국 수와 매출에만 관심을 두는 정부와 국내 여행사들이 저가 패키지여행 상품으로 대외적 이미지를 실추시키면서 구매력이 없는 중국인들까지 국내로 입국시켜 손해 나는 비용을 중국어 관광 통역사(관통사)들에게 물린다는 것이다.
관광객 모집에서부터 구조적인 문제는 시작된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여행 상품은 중국 현지에 있는 여행사에서 모객을 한 다음 국내 여행사로 이전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한국행 저가 여행 상품의 경우 4박5일이나 5박6일 일정이 대부분 35만원 정도로 짜여 애초에 정상적인 비용이 아니라는 게 관통사들의 설명이다.
국내 중국어 관통사도 사실상 포화 상태다. 26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정부에 등록된 중국어 관광 통역 안내사 자격증 소지자는 1만명 수준으로 2010년(184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영어와 일본어 관광 통역의 신규 자격증 획득자는 각각 344명, 137명이었지만 중국어는 1963명에 달했다. 관통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다 보니 제대로 체계 없이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지만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저가 여행 상품의 경우 신고포상제를 통해 최대 퇴출까지 시키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여행 상품 가격에 개입하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불법적인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부터 접점을 찾으면서 순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관통사 스스로 질적인 성장도 요구되고 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계약이 불법이면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처럼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처럼 퇴직금은 안 주더라도 4대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식의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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