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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도 전에 누더기 된 김영란법

최종수정 2016.07.09 08:00 기사입력 2016.07.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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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도 전에 누더기 된 김영란법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도 전에 누더기가 될 지경이다. 입법 전부터 상당한 진통을 겪은 만큼 논란은 예상됐지만 시행 전부터 '뜯어고치기'로 인해 당초 도입 취지가 흔들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 교직원, 언론인 등에게 부정청탁은 막겠다는 당초의 취지는 사라지고, 대상 제외와 예외조항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는 9월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해서 20대 국회에 벌서 4건의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법 적용 대상에서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배제하는 대신 국회의원을 포함하고, 금품수수 금지 품목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는 방안이다.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7일 부정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 '언론인'을 제외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는 "현행법 '공직자 등'에 사회통념상 공무원이라고 볼 수 없는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포함함으로서 법 적용의 범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해 과잉입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개정안 입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물을 금품수수 금지 품목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제출되고 있다. 국내 농·축·수산물의 40∼50%가 명절 때 선물용으로 소비되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소비자 설문 결과 5만원 이상 농축산물 선물을 주거나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 74.6%로 나타났다. 주로 과일류(33.2%)와 한우(29.4%)를 선물했으며, 인삼류와 곶감은 각각 11.6%, 11.1%에 달했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라 농축산물 선물 수요는 개인끼리 24.4%, 사회 전체적으로 28.5%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물 수요가 줄면서 농림축산물 생산액은 8193억~9569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음식물·선물·경조사비 허용 기준을 10만원으로 일괄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김영란법에 대한 연구 용역을 수행한 한국법제연구원은 식사와 선물, 경조사비 상한액을 모두 10만원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현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탁금지법의 주요내용 및 쟁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공직자 등과 일반인의 일상적인 식사·경조사비 등이 법적 제재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기준 금액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음식물·선물·경조사비에 대해 일률적으로 10만원이란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국민이 100만원을 초과한 금품 등의 수수는 형사처벌, 10만원을 초과한 금품 등의 수수는 과태료 대상이란 법적 기준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농축산물 제외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국회 비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그렇게 되면 법의 근본 취지가 형해화(形骸化)될 수 있다"고 밝히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대법원은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에 앞서 법 대상자를 언론 등 사적영역으로 확대한 게 적절한지 등을 심의한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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