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오후 한詩] 삼선교/최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삼선교/최설

 
 뒷모습은 당신을 위해 남겨 둔 얼굴
 이토록 검은 머리카락으로 대답한다 이 계절은 오늘까지
 같은 발만 내딛어도 같은 사람이 되던
 순간이 있었다 똑같은 눈동자로
 그림자가 해질 때까지 밤길을 뒤척거린다
 나폴레옹제과점 홍대부속중고등학교 초콜릿초콜릿
 당신은 불빛이 되고 모두가 한밤이었던 날들

 아무도 건너지 않는 신호등과
 창이 큰 가게들 성곽의 조명을 따라 걸으면
 뭉쳐진 어둠이 발아래 모였다
 입을 다문 코끼리의 표정으로 간다
 골목의 끝, 사라진 고가도로가 보일 때까지

 뒤통수는 숨을 참고 걸어가는 당신
 앞이 깜깜해지면 모르는 사람의 뒤를 따라갈 것
 문틈에 날이 서고 담장들 숨을 죽이고
 집집마다 숨겨 둔 애인이 걸어 나오는
 밤 부서진 무릎으로 걷는 밤
 ----------

[오후 한詩] 삼선교/최설
AD
원본보기 아이콘


 누구에게나 그런 지명(地名)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리고 저릿한 그런 지명 말이다. 이제는 영원히 되돌아갈 수 없는 곳, 그러나 그곳을 여전히 따스하게 포유하고 있는 그 시절 그리고 그때 그 사람. 시인에게는 아마도 '삼선교'가 그런 곳인 듯하다. 늦은 저녁에 만났을까? 두 사람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나폴레옹제과점"을 지나 "홍대부속중고등학교"까지 걸었을 것이다. 초콜릿을 나누어 먹으면서. 그러다 문득 깨달았을 것이다. '어라, 우리 같은 발을 내딛고 있네.' 그렇게 서로 애인의 발걸음에 맞춰 지금은 사라진 청계고가도로까지 걷고 걸었을 것이다. 마냥 좋았을 것이다. "당신은 불빛이 되고" 그래서 차라리 이 세상의 "모두가 한밤이었던 날들". 그런 사람, 그런 지명이 당신에게도 꼭 하나는 있을 것이다. 오늘 그곳에 가자. 일단 가 보자. "집집마다 숨겨 둔 애인이 걸어 나"온다. 채상우(시인)

AD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25일만에 사의…윤 대통령 재가할 듯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국내이슈

  • "애플, 5월초 아이패드 신제품 선보인다…18개월 만"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해외이슈

  • 올봄 최악 황사 덮쳤다…주말까지 마스크 필수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포토PICK

  • 첨단사양 빼곡…벤츠 SUV 눈길 끄는 이유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국가 신뢰도 높이는 선진국채클럽 ‘WGBI’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