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시세판을 보다가 지친 증권맨들은 밤이면 넥타이를 풀고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선다. 더구나 요즘처럼 장이 좋지 않을 때는 증권맨들의 포장마차 사랑은 더욱 뜨거워진다.
주주들이나 관련 기관, 증권사 노조들이 투쟁을 위해 설치한 농성용 천막들이다. 거래소 정문 앞에서는 벌써 한 달 넘게 옛 해태제과 주주들이 확성기로 "거래소가 해태제과식품 상장에 따른 책임을 져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거래소 사옥 로비에는 노조가 사측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반대해 한 달 가까이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대증권 사옥 앞에도 노조가 설치한 컨테이너와 현수막, 천막들이 있다. 현대증권이 매각에 나선 후부터 설치된 시설들이다.
이 같은 여의도의 밤과 낮 풍경은 최근 증권 업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외 악재와 롯데그룹 검찰 조사, 조선 업계 구조조정 등으로 국내 증시는 불안하다.
증권사 구조조정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거래소는 노조의 반대에도 지난 19대 국회에서 실패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 카드를 20대 국회에서 다시 꺼내 들었다.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관련 기관과 증권사 직원ㆍ노조의 반대도 심상치 않다.
증권맨들이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밤이나 낮이나 천막으로 들어간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밤에만 천막을 볼 수 있는 날이 다시 돌아올까? 노사가 묘수를 찾아야 할 때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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