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대형커피전문점에서는 대학생 5~6명이 커피점 내 가장 넓은 테이블을 차지하고 그룹 과제를 하고 있었다. 이 커피점에는 단체 좌석뿐만 아니라 1인 좌석 곳곳에서도 토익책이나 신문을 꺼내놓고 공부하는 이들이 속속 보였다.
커피전문점이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곳'에서 '문화를 즐기는 장소'로 공간의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4000원에 달하는 대형커피전문점의 커피가격에 대해 '과하다'고 얘기하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훨씬 높았지만 최근에는 이 가격에는 '공간'에 대한 가치가 있다며 저가커피와는 다른 차별성을 논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커피전문점이 학생들에게는 도서관으로, 직장인들에게는 캠핑장으로까지 활용되며 공간이 진화하고 있다.
4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2~3시간씩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 때문에 커피전문점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닐까. 그러나 커피점들은 "고객 충성도 측면에서 보면 이들은 굉장히 중요한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오히려 1인 좌석을 늘리고 조용히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곳도 있다.
가을에는 캠핑장으로 바뀌는 커피점도 있다. 할리스커피는 젊은 이들이 많이 찾는 이태원점 등을 캠핑 콘셉트로 꾸미기도 했다. 옥상 야외 테라스 공간을 따뜻하고 이색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별도 전실을 설치하고 잔디 느낌의 바닥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 뿐만 아니라 전실 내부에 캠핑 테이블, 캠핑의자, 통나무 스툴 등을 배치해 고객들이 아웃도어 캠핑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바쁜 도심 속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행을 온 듯한 설렘과 편안함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려고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커피만 소비하려는 이들은 테이크아웃 저가커피를 찾고, 음료 외에 공간이 필요한 이들은 여전히 대형커피점을 찾는다"면서 "시장이 양분화되면서 커피점을 찾는 목적 또한 더욱 또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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