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전·현직 지도부가 앞 다퉈 '계파정치'에 대한 환멸감을 호소하고 나섰다. 계파정치의 문제점을 단순히 지적한 수준을 넘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정치 입문 때부터 친노의 굴레에 갇혀 지금까지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당내 계파 갈등으로 고립무원인 상황이다. 답답한 심정이 이해할만 하다.
야당 상황도 그리 녹록치 않다.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이 열린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선 '야권 분열', 그 민낯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친노 지지자들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향해 욕설을 쏟아냈다. '물러가라' '배신자' '양아치 같은 놈' 등의 고함이 여기저기서 날아들었다. 굳은 표정의 안 대표는 황급히 자리를 떠야했다. 경호원들 손엔 땡볕의 날씨에도 장우산이 들려있었다. 혹여나 날아 들어올 물세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4·13 총선 이후 너나 할 것 없이 부쩍 '협치(協治)'를 강조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같은 당과 진영에서도 계파가 다르면 서로를 '선과 악'으로 규정짓고 비난한다. 그런 이들이 협력해서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 호랑이와 사자가 사이좋게 노는 모습을 기대하는게 더 현실적일까?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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