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대통령 서거일에 돌아보는, 이 한장의 사진
2008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날의 이명박과 노무현. 또 한사람이 권력에 들어서는 날. 이미 그 권력을 맛보고 그것의 치명적인 독까지를 맛본 사람들이 같은 자리를 스친다. "한번 해보소." 이 말이었던가. 노무현의 미소가 묘하다. 이 사진은 전직 중앙일보 사진기자인 최재영이 찍었다.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우리나라 대통령의 슬픈 공식을 아는가. 대통령이 되었다가 퇴통령(退統領)이 되고 다시 죄통령(罪統領)이 되는 비극의 되풀이. 되어본 이들은 고개 떨구거나 눈감은 채 침묵하고, 되고싶은 이는 너무나 하고싶은 말이 많다. 시작하는 날에 끝날을 기억하면, 끝날에 시작하는 날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을 터인데. 權不五年인데도, 영원한 왕좌에 앉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오만과 부패와 집착이 끼어들 수밖에 없느니. 대통령의 자리에 앉은 이여. 그 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의 뒷모습을 기억하라. 그것이 곧 자신의 모습이 될지 모른다. 虛虛대권, 대한민국 권력들 그 어리석음의 윤회여.
청문회 인기스타 시절이나 대통령 당선 때의 노풍(盧風)과 같은 것일까. 한 국가지도자의 비극적 종말에 대한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비감일까. 아니면 그가 보여주었던 한국 정치와 리더십의 가능성에 대한 그리움과 추인 같은 것일까. 말 없이 오열하며 그 주검을 따른 사람들은, 그에게 이전 지도자에겐 없었던, 사람을 매료시키는 무엇인가가 있었고, 그것은 지상에서 쉬 떠나보낼 수 없을 만큼 아쉬운 가치였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을지 모른다. 그가 남긴 흔적은 아직도 세상을 움직이며 정치를 흔든다.
그에게 권력은 무엇이었던가. 물론 한때는 한번 쥐어보고 싶은 것이었겠지만, '대통령짓 못해먹겠다'고 곧 투덜거릴 만큼 염증도 빨랐다. 그가 비상하던 시절의 야망과 그것이 실현되고 난 다음의 일들은 어떻게 야망의 프로그램과는 달리 흘러나갔는가. 부엉이 바위에서 부는 바람에 가만히 물어볼 뿐이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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