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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K-fish'로 수산한류…13억 입맛을 낚아라

최종수정 2016.05.18 15:32 기사입력 2016.05.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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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對中수출 현장 (上)

수산물 수출규모 年 4억달러 수준..러시아ㆍ미국 ㆍ페루 등의 절반 못미쳐
정부 "김ㆍ어육소시지 등 전략상품 확대"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우리나라 교역량의 4분의1을 차지하는 대(對)중국 수출이 심상찮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2014년 들어 전년 대비 역신장(-0.4%)으로 돌아선 뒤 지난해(-5.6%) 감소폭이 확대됐다. 올해 들어선 상황이 더 악화할 조짐이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신창타이(新常態ㆍ고도성장기는 지났고, 이제 안정적인 중속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중국의 신 경제기조) 탓이라고 하지만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과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이다. 중국 현지 경제인들은 "한국산의 브랜드 파워도 10여년 전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며 "지금부터라도 중국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다면 장기적 이익은 물론 눈앞의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혜택조차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시아경제는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가 주관하는 민ㆍ관 합동 중국 수산물시장 개척단 동행취재를 계기로 대중 수출의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 봤다.
3일(현지시간) 중국 난징 중채농부산품도매시장에서 시장 관계자들(왼편)과 한국 수산물 업체 대표들이 면담하고 있다.(사진=오종탁 기자)

3일(현지시간) 중국 난징 중채농부산품도매시장에서 시장 관계자들(왼편)과 한국 수산물 업체 대표들이 면담하고 있다.(사진=오종탁 기자)


"니 쯔다오 송중기마.(송중기를 압니까.)"
중국인들을 만나면 친해지려 이렇게 묻고 싶을 것이다. 물론 배우 송중기는 중국 내에서 인기가 많다. 그러나 당신이 대(對)중국 수출을 원하는 상공인이고 상대가 바이어라면 득 될 게 없다.

3일(현지시간) 국내 수산물 수출업체 대표들은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 지원으로 난징에 있는 중채농부산품도매시장을 찾았다. 수산물의 현지 유통ㆍ소비 실태를 알아보고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국시장 개척단' 자격이다. 업체들은 중채농부산품도매시장 측에 "한국산 수산물은 왜 취급하지 않느냐" "한국 수산물 품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한국 수산물을 이 시장에 납품하는 방법은 무엇이냐"고 질문을 퍼부었다. 내심 맛과 질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었다.

표정이 굳어진 중채농부산품도매시장 총경리는 갑자기 준비된 멘트를 장황하게 읊어갔다. 질문과 전혀 상관없는 인사말과 시장 현황 설명이었다. '척하면 척' 수출 논의가 당장이라도 진전되길 원했던 중국시장 개척단원들은 일보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한 무역 전문가는 "총경리가 일면 무례해 보이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한국 업체 대표들이 중국 상황에 무지한 측면도 있다"며 "중국인들은 협상력에 있어 우리보다 훨씬 고수(高手)다. 너무 섣부른 개척단의 질문에 돌려서 즉답을 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일환 주중 한국대사관 해양수산관도 "중국인들은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지만 의심도 많아서 새로운 사람이나 물건을 마주치면 믿을 만한지, 살 가치가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본다"며 "중국시장에서 제품을 성공시키려면 중국 소비자들의 깐깐한 테스트를 통과하고 중국 제품이 줄 수 없는 만족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외고교콰징직거래마트(보세점)에 진열돼 있는 한국산 조미김(사진=오종탁 기자)

지난 4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외고교콰징직거래마트(보세점)에 진열돼 있는 한국산 조미김(사진=오종탁 기자)


이처럼 만만치 않은 중국시장에서 한국 수산물 수출은 갈 길이 구만리다. 4일 상하이 푸퉈(普陀)구 소재 롯데마트를 가보니 한국산 수산물은 거의 없었다. 같은 날 상하이 외고교콰징직거래마트(보세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국산 게(생물) 소량을 겨우 판매했는데 손님들 발길은 뜸했다. 상하이 롯데마트 박석진 총감은 "중국에서 눈에 띄는 한국산 수산물이라고 하면 김 정도밖에 없다"며 "생물은 물론 냉장ㆍ냉동 수산물은 운반이 힘들고 가격도 비싸 유통업체들이 취급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전했다. 주로 민물고기를 먹는 중국인들 식성은 바닷고기 위주 한국 수산물의 수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또 중국 수출용 한국 수산물은 대부분 서해에서 난다. 중국 수산물 종류와 별반 차이가 없으면서 가격은 더 비싸니 경쟁력이 떨어진다.
해수부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산물 수출 규모는 연간 3억∼4억달러 수준이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음에도 러시아(15억달러), 미국(13억달러), 페루(10억달러)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노르웨이, 일본 수산물이 최근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수산물의 중국 수출 실적은 지난 2011년 4억6500만달러에서 2012년 3억7200만달러, 2013년 3억7000만달러, 2014년 3억900만달러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3억1300만달러로 소폭 오르며 겨우 증가세로 돌아섰다. 조일환 해양수산관은 "중국에 팔 수산물이 없거나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지리적 이점,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관세 감면 혜택 등 좋은 조건도 공허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 상황이 위기지만 기회도 분명히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중국시장 개척단 활동을 총괄한 공두표 해수부 수출가공진흥과장은 "앞으로 한국 수산물의 살길은 그래도 중국 수출 뿐"이라며 "중국 중산층과 30대 이하 젊은 소비층에서 수입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중ㆍ장기적으로 중국 내 한국 수산물 소비가 늘어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이다. 해수부는 개척단 활동에서 배운 점을 바탕으로 ▲수산물 가공제품, 통영 청정해역 굴 등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만한 수출 상품을 개발하고 ▲한국 수산물을 지속적으로 구매할 중국인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온라인몰ㆍ홈쇼핑 등 유통채널을 활용해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일단 소득ㆍ수산물 소비가 많고 대도시가 몰려있는 중국 연해 지역을 공략한 뒤 향후 내륙 지역으로도 수출을 늘려갈 계획이다. 공두표 과장은 "지난해 6643만달러어치를 수출해 전체 대중 수출 농식품 중 3위를 기록한 김과 근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어육소시지 등을 중심으로 중국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면서 "수산 가공품의 경우 중국으로 수출한지 1∼2년밖에 안 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며 눈을 반짝였다.

한편 개척단에 참여한 13개 수산물 업체 중 SM생명공학(냉동 간장게장ㆍ전복장ㆍ새우장 수출)과 펭귄(김치맛ㆍ고추냉이맛 김 수출) 2곳은 5일 중국 현지 바이어와 계약을 맺었다. SM생명공학은 상하이푸톈무역유한공사에, 펭귄은 베이징 롯데마트에 1년간 각각 100만달러, 250만달러어치를 납품키로 했다. 지앙펑민 상하이푸톈무역유한공사 대표는 "한국 장류도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데다 안전성 측면에서 중국산에 비해 강점이 있다"며 "중국에서 장류 등 한국산 수산물의 수입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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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ㆍ상하이(중국)=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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