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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효모빵 대박, 허영인 SPC그룹 회장 '뚝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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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다" 편견 깨고 국제특허 출원…11년 기술개발 결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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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회사는 수백만개의 빵을 만들지만 고객은 단 한 개의 빵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빵의 품질에 신경써야 한다."

SPC그룹을 국내 최대의 베이커리로 올려놓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지론이다. 허 회장을 '성공한 사업가'가 아니라 '제빵왕'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빵사업가는 '빵을 만드는 일(제빵)'에 가장 중점을 둬야한다는 철칙으로 본인 스스로 제빵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제품개발에 온 정성을 들이기 때문이다.
허 회장의 오랜 염원이 담긴 천연 효모빵이 지난달 19일 출시된 지 한 달째를 맞았다. SPC그룹의 천연 효모빵은 '맛없다'는 프랜차이즈 빵에 대한 편견을 깼다는 평이다. 실제 천연효모빵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매장내 인기제품으로 손꼽힐 정도다. SPC관계자는 "아직 한달밖에 안돼 정확한 매출이 집계가 안되지만 매장마다 반응이 좋은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SPC그룹이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제빵용 토종 천연효모(SPC-SNU 70-1)는 술 발효제ㆍ곡류에 곰팡이를 번식시킨 전통누룩에서 발견한 천연효모다. 국산 효모를 대량생산해 상용화한 것은 국내 베이커리업계 최초다.

최근 국내 특허 등록과 국제 특허 출원을 마쳤으며 프랑스,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도 특허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제빵용 토종 천연효모의 유전체 등록도 추진 중이다. SPC그룹은 자체 개발한 토종 천연효모 유전체 분석 결과를 미국국립생물정보센터(NCBI) 등 유전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외국의 제빵업체 등이 국내 토종 효모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고, 유전정보 대조를 통해 도용 여부를 쉽게 판별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같은 허 회장의 토종효모의 꿈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 회장은 SPC그룹을 국내 베이커리업계 1위로 올려놓았지만 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바로 빵의 원료인 효모를 전량 수입해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존심 강한 허 회장으로서는 꼭 풀어야하는 숙제와도 같았다. 허 회장은 "효모를 개발할 수 있는 독자기술을 확보하라"고 지시, 11년째인 올해 드디어 결실을 맺은 셈이다. 이는 허 회장의 제빵기술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 덕분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남들이 볼 때는 '금수저'인 오너2세이기 때문에 '개척'하는 것보다 기존의 '누리는 것'이 더 익숙할 법도 하지만 허 회장은 사업을 물려받을 당시 '장(長)'대신 '장(匠)'을 먼저 택했다. 1981년 삼립식품 대표를 맡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허 회장은 부친인 고(故)허창성 창업회장에게 제빵기술을 먼저 배우고 오겠다며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삼립식품은 이미 제빵기업으로 자리잡은 상태. 굳이 손에 밀가루 뭍혀가며 빵 만드는 것보다 한국에서 경영수업 받는 게 낫지 않냐는 주변 만류에도 허 회장은 미국 캔자스시티에 있는 미국제빵학교(AIB)에 입학, 1년 6개월간 제빵재료 선별에서부터 반죽, 데코레이션 등의 제빵기술을 익혔다. "기업 경영자는 경영마인드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처럼 기술 마인드도 갖춰야한다"는 생각에서였다. 1983년 유학에서 돌아온 허 회장은 삼립식품의 10분의 1규모였던 계열사 샤니 대표를 맡았다. 샤니 대표로 오자마자 한 일이 연구소를 꾸리는 일이었다. 기술자를 가장 중시하는 허 회장으로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연구소는 국내 제빵업계 최초의 연구소로 꼽힌다. 허 회장은 매출규모 100대 기업이었던 삼립식품이 부도가 났을 때 이를 인수할 정도로 탄탄한 규모의 샤니로 올려놓았다. 오직 빵 만드는 일에만 주력했던 그의 외고집 덕분이었다.

허 회장은 요즘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 매장을 돌며 제품 품질을 확인한다. 제품을 먹기 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반죽부터 발효 상태, 식감 등에 조언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한국의 빵'을 알리겠다는 목표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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