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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소수자입니다③]하이힐 신은 남자 히지양의 외출, 서울 시청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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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광화문, 히지양은 드랙퀸 '허리케인 김치' 분장을 한 채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히지양 제공

지난 3월 서울 광화문, 히지양은 드랙퀸 '허리케인 김치' 분장을 한 채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히지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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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3시간 동안 얼굴에 정성스럽게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고 길거리로 나서는 남자가 있다. 남자가 무슨 풀메이크업에 하이힐이냐고? 성소수자이자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히지양(27)의 이야기다. 히지양(Heezy Yang)은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양씨의 예명이다. 히지양은 인터넷상에서 드랙퀸(게이 남성들이 주로 공연을 목적으로 여장을 하는 것)'허리케인 김치'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히지양은 여장을 하고 서울 시청 광장으로 향했다. 그는 긴 웨이브 머리 가발과 빨간색 자켓, 몸매가 드러나는 바지를 입고 10cm가 넘는 구두를 신었다. 연신 당당한 포즈를 취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히지양에 쏠렸다.
히지양이 시청에서 1인 시위를 한 3월29일은 기독교 단체들이 시청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것을 반대하는 집회를 연 날이었다. 자신이 그린 성소수자의 인권그림 '그 날이 오면'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그들 앞에 섰다. 기독교 단체에서 나온 듯한 소녀들이 뒤에서 수근덕대며 그를 비난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과한 여장을 한 '드랙퀸' 퍼포먼스를 하는 이유는 주목받기 위해서다. 히지양은 "이렇게 여장을 하면 사람들이 한 번씩 다 쳐다본다. 그러면 내가 들고 있는 피켓을 보게 되고 성소수자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되지 않겠냐"라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어 "성소수자가 한국 사회에도 존재하고, 어떤 장소에도 존재할 수 있으며 당당하게 존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며 "또 본인을 숨기고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히지양이 DDP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위한 자신의 그림을 든 채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히지양 제공

히지양이 DDP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위한 자신의 그림을 든 채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히지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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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랙퀸 1인 시위는 시청 앞을 시작으로 강남역, 총신대학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홍대, 경복궁까지 일주일간 계속됐다.

한 번은 허위신고를 당한 적도 있었다. DDP에서 1인시위를 하는 모습을 친구 포토그래퍼가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경찰이 다가왔다. '여고생 몰카'를 찍고있다는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경찰은 카메라에 있는 모든 사진을 검사했다.

히지양은 "주위에 여고생들이 있긴 있었다. 하지만 성소수자 퍼포먼스가 불편했던 누군가가 거짓으로 신고한 것이었다"라고 전했다.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깨달은 것은 중3 무렵, 그는 "중·고등학교 때는 내가 성소수자임을 알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며 "커밍아웃을 하는 순간 차별받을 것이 두려워 숨기고 살았다. 친구들이 여자이야기를 하면 마치 잘 아는 것처럼 함께 떠들었다"고 털어놨다.

커밍아웃을 결심한 건 대학교에 입학한 뒤였다. 히지양은 "대학 시절 언어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외국 친구들은 '너 게이야? 그렇구나' 이걸로 끝이다. 쿨하게 차이를 인정해준다"라며 "그렇게 인정받으니까 잘못된 것도 아닌데 숨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커밍아웃을 할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성소수자 인권활동은 지난해 홍대, 이태원 등지에서 처음 시작했고, 올해 시작한 드랙퀸 분장으로 유명세를 치뤘다. 히지양의 1인 시위를 접한 사람들은 이메일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처음부터 성소수자 인권활동을 할 생각은 없었다는 그는 "원래는 그냥 아티스트가 목표였다. 나의 자유분방함과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 경우에는 부모님이 인정해주셔서 지지를 받고 있지만 많은 성소수자들이 성정체성을 알았을 때 상담을 받거나 차별을 받았을 때 도움을 받을 곳이 많지 않다"며 "처음에는 성소수자인권단체들을 위해 기금마련이나 자선파티를 했지만 좀 더 장기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 방법이 성소수자를 알리고 인식을 전환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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