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준 BGF리테일 상품본부 생활용품팀 상품기획자(MD)

윤태준 BGF리테일 상품본부 생활용품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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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편의점에서 장난감을 판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편의점 장난감은 다른 상품을 살 때 끼워주는 판촉물이거나 마진이 얼마 남지 않는 유아용 제품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발상을 뒤집는 완판신화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편의점 씨유(CU)가 완구사 옥스퍼드와 손잡고 내놓은 자체브랜드(PB) 블록 장난감 시리즈다. PB 블록 장난감은 최고 판매가가 2만6000원에 이르는 고가임에도 준비수량 3000개가 매번 완판된다. '달리는 CU'는 중고 거래 시장에서 판매가의 2.5배에 거래된 적도 있다.

완판 상품 뒤에는 숨은 공신이 있다. 윤태준 BGF리테일 상품본부 생활용품팀 과장이 주인공이다. 윤 과장은 키덜트족도, 레고 마니아도 아니다. '편의점 완구 붐을 일으켜보겠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편의점 완구 시장에 뛰어든 그를 만나봤다.


"완구 붐을 끌어보려고 작년 연초부터 별짓을 다했습니다. 1000~2000원 짜리 프라모델부터 품귀현상을 빚었던 일본 완구 '요괴워치'까지 팔아봤지만 실패했어요. 마지막 카드로 꺼낸 레고코리아와의 계약은 단박에 거절당했어요. 번번이 퇴짜 맞고 좌절하던 와중에 생각해낸 게 옥스퍼드였죠. 레고와 비슷한 블록을 판매하는 곳이죠. 제품 콘셉트를 설명하니 옥스퍼드에서는 편의점에서 끼워 파는 판촉물쯤으로 이해하더군요."

사장 참석 임원회의에서도 의견은 분분했다. '말도 안된다', '재밌다 해보자', '로고 있으니 판촉물로 가자' 등 찬반이 이어졌다. 편의점 완구가 제품으로서 가치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윤 과장은 제품 기획에 앞서 편의점 완구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깨야 했다.


"당시만 해도 편의점 완구는 죽은 시장으로 치부돼 구색 유지도 안하는 게 답이라는 의견이 많았거든요. 완구를 넣을 바에야 음료수를 한 개 더 넣는 게 낫다는 식이죠. 그래도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밀어부쳤어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응은 놀라웠다. 제품 판매 당일 일평균 30~40건의 재고량 확인 전화가 쏟아졌다. 점포를 돌며 물량을 구하는 마니아층도 상당했다. 9000개였던 발주는 하루만에 3만개로, 이틀만에 4만개로 치솟았다. 몇몇 점주들은 물량이 왜 없냐며 클레임을 걸기도 했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성인으로 잡은 타깃 마케팅이 적중한거죠. 주 고객층은 20~40대 남성인데요. 이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살 때 '우리 아이 갖다 주려고'라는 핑계를 댄다는 거죠. 실제로 조립은 본인들이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올려요. 여성고객들도 적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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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과장은 CU PB 블록을 개발하면서 어느새 반강제적으로 키덜트족, 레고 마니아가 됐다. 영감을 얻기 위해 시간 날 때마다 키덜트 박람회를 찾는 것은 물론, 책상에서 레고를 조립하는 것은 일상다반사가 됐다.


"항상 다음 시즌 콘셉트가 고민이에요. 키덜트 박람회도 가보고, 경쟁사 제품도 조립해보면서 니즈를 잡으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먼저 빠져들어야 키덜트족, 레고마니아에게도 관심을 받지 않을까요."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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