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12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과 일부 시중은행장들과의 조찬 간담회는 사전에 예정했던 장소를 긴급히 변경하는 등 이례적으로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졌다. 당초 서울 명동 은행회관이나 역삼동 한 호텔이 간담회 장소로 거론됐으나 금감원은 이날 새벽 갑자기 소공동 롯데호텔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발언 정도는 공개해왔던 관례에 비춰 매우 이례적이고, 그만큼 심각한 현안을 다루는 자리로 비쳐졌다. 더욱이 모든 시중은행장들을 만난 것이 아니라 NH농협,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3곳의 행장들만 참석해 배경에 관심이 간다.

세 명의 은행장만 부른 배경에 대해 금감원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대출과 보증, 회사채 등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많은 은행들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 1조4000억원에 이르고 우리은행은 4900억원, 하나은행은 4400억원에 이른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조선과 해운업에 대한 여러 플랜을 빨리 매듭지어서 자체적으로 자구계획 등을 이행할 수 있게 해주고 옥석을 가린 이후에는 빨리 자본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내용들이 주제였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경우 위험노출액이 22조원을 넘을 정도다. 이달 말까지 추가적인 자구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인데 시중은행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적지 않다. 지난해 산업은행의 요청으로 채권 만기를 연장하는 등 고통 분담에 나섰지만 여전히 업황 개선 전망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야 대우조선을 지원해서 정상화시키고 싶은 의지가 강하겠지만 수주를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며 "추가적인 자구책을 만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업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관리 부실 책임도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계속 고통 분담만 강요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대우조선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국책은행을 통한 지원에 나섰지만 올해 수주는 한 척도 없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진 원장과 일부 은행장들이 만난 것이어서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 지원에서 발을 빼지 않도록 독려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수천억원씩의 대우조선 익스포저를 갖고 있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빠진 점에 대해서도 채권은행들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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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업체로 분류된 현대중공업은 이날 하나은행에 3000여명의 인력 추가 감축 등을 골자로 한 자구안을 제출했다. 현대중공업은 자구안에 조직ㆍ인력 효율화 방안, 자산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방안 등 총 2조원가량의 비용 절감 방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인력 감축을 위해 지난 9일부터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시행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생산직을 포함해 전체 인원의 5~10%에 달하는 2000~3000여명 가량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부서를 통폐합해 20%가량 줄이는 한편,보유주식매각과 사외에 보유하고 있는 상가, 휴양시설 등 비핵심자산에 대한 매각도 자구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정·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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