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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구조개편의 기로, 국책은행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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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국가 기간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했던 조선업과 해운업은 이미 좌초 위기에 놓여 있고, 석유화학ㆍ철강ㆍ건설산업 등은 경영상태가 악화되면서 정부로부터 선제적인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글로벌 경제 둔화가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기업들의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부실이 늘었다. 그동안 이들 업종은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아 수익성이 더 나빠질 우려가 컸었다.
최근 인수합병(M&A)이 활발한 시멘트산업도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공급과잉 시장이다. 국내 주요 시멘트 생산업체 7곳의 연간 생산능력은 6200만t이지만 지난해 생산한 시멘트 양은 4900만t이다. 이마저도 모처럼의 건설경기 호조로 늘어난 실적이다.

업계에서는 2017년 이후 수요절벽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실화가 예고된 셈이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쌍용양회 등 7개 업체가 90% 이상을 공급하는 구조다. 이 중 3개 업체는 최근 1년 사이 새 주인을 만났고, 2개 업체는 취약한 재무구조로 몇년 째 주채권은행 관리상태다.
휘청했던 시멘트업계는 매각 등 재편으로 자연스럽게 구조개편이 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그래서 미래 시멘트업계를 걱정하는 전문가들은 매물로 나왔던 쌍용양회와 라파즈한라시멘트가 견실한 동종 업체로 인수되길 기대했었다.

공급과잉 시장에서 경쟁사끼리의 합병은 장기적으로 시장의 안정적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수단이다. 선제적이고도 자발적인 재편에는 향후 산업 부실화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 등 비싼 수업료(세금)가 필요치 않다.

이런 기대와 달리 쌍용양회와 라파즈한라시멘트 모두 사모펀드 손에 들어갔다. 연내 매각이 예상되는 현대시멘트도 사모펀드가 군침을 흘리고 있다.

쌍용양회를 인수한 사모펀드는 매각잔금을 내자마자 직원들을 잘랐고, 단기간의 이익 회수를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 쪼개팔기, 고(高)배당 등 투자금 회수 조치는 예고된 수순이다. 사모펀드는 그 특성상 지속가능경영보다는 단기간에 수익성을 끌어올려 재매각 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에서 자발적 재편 기회는 사라지게 된다. 우리와 유사한 흐름을 이어왔던 일본은 동종업계를 통한 산업재편으로 80년대 20여개였던 시멘트업체를 주요 4개 업체로 통ㆍ폐합했다. 독일은 2000년대 중반 38개였던 시멘트 업체를 주요 6개사로 만들어 업계 스스로 안정적인 산업재편을 이뤘다.

국민 세금으로 여러 기업을 거느린 국책은행에게 폭넓은 시야와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일부에서는 최근 대내외 상황이 마치 외환위기 직전 최대 호황을 구가하던 시기와 너무나도 비슷해 섬뜩하다고 말한다. 위기는 미리 대비해야 막을 수 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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