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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20] Stone Temple Pilots - Tiny Music(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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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탐색하며 기록한 작은 음악들

Stone Temple Pilots - Tiny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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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그런지(Grunge)의 역사를 논할 때 스톤 템플 파일러츠(Stone Temple Pilots)는 빠지지 않고 언급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자리는 뒷자리였다. 대중적 인기는 폭발적이었으나, 비평가들에게 있어 이 샌디에이고 출신의 4인조는 너바나(Nirvana)와 펄 잼(Pearl Jam),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등 시애틀 출신 그런지 적자(嫡子)들의 사이드 킥이었을 뿐이었다. 모조품이라는 혹평은 나름 일리가 있었기에, 상업적 성공과 별개로 밴드를 괴롭혔다.

세 번째 앨범 에는 정체성을 찾으려는 고민이 드러난다. 상전벽해 식의 방향 전환을 꾀하기보다는 작은 변화들을 통해 그런지의 문법에서 조금 비켜서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그런지 특유의 우울함과 무거움이 상당부분 제거되었다. 기타의 톤은 무척 가벼워졌고 스캇 웨일랜드(Scott Weiland)의 목소리도 한층 편안하다. 깔끔하게 재단된 노래들은 거창하거나 위대하지 않지만 고개를 흔들며 즐길 만한 작은 음악들이다. 그룹이 처했던 맥락을 떼어 놓고 들어도 일상의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한 로큰롤.
록을 중심으로 모인 수록곡들의 성격은 상당히 다양하다. 매끈한 도입부와 파괴적인 코러스가 야누스적인 매력을 풍기는 ‘Art School Girl’과 차분한 ‘And So I Know’, 제목 그대로 끈적끈적한 ‘Adhesive’는 변폭은 상당히 넓다. 듣자마자 입술이 바짝 마를 듯 건조한 기타 톤을 그루브하게 밀고 나간 ‘Big Bang Baby’는 싱글로 차트를 노리기에 손색없다. 무쌍한 변화 와중에도 후련한 리프의 ‘Pop’s Love Suicide’와 따듯한 기타사운드의 ‘Lady Picture Show’와 같은, 얼터너티브의 팬들에게 소중히 기억될 트랙을 만들며 자신의 본분을 다 한다.

은 전작들에 비해 덜 팔렸으나 스스로 단순히 유행의 추종자가 아님을 주장한 증거다. 아류라는 혹평 속에서도 상업적 성공을 가져다주었던 세련된 작곡과 연주가 앨범 안에서 여전히 힘을 발한다. 앨범 단위의 음악적 변화와 곡들의 다양성 속에서도 훌륭한 멜로디와 과하지 않은 연주가 듣는 이를 편안하게 몰입시킨다. 아무리 외부의 영향이 짙었던 들 이 정도의 실력과 세련미를 갖춘 채 그저 잘 팔린 양산형 그런지 밴드들과 같은 취급 받는 처지는 억울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그들을 괴롭힌 타자의 잔향을 지웠다는 점에서 밴드의 기념비로 여겨질 앨범이며, 기존의 평가에 함께 속상했을 팬들에게도 소중한 작품.

더하여, 데이빗 보위와 시기가 겹치는 바람에 조용히 지나간 감이 있지만 지난 12월 스톤 템플 파일러츠의 보컬이었던 웨일랜드가 유독 약물 합성에 의해 48세로 세상을 떴다. 명복을 빈다.

■ '서덕의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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