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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17]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 - Loaded(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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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의 마침표

The Velvet Underground - Loa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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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행운이 따르던 밴드였다. 그들은 음악적 성과에 비해 상업적으로 처참했기에 이 말에 동의하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매 번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서도 앨범을 다섯 장씩이나 발표하는 밴드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 중 네 번째인 「로디드(Loaded)」는 사실상 밴드의 마지막 앨범이다. 밴드의 핵심인 루 리드(Lou Reed)가 참여한 마지막 앨범이기 때문이다.

앨범 네 장만 놓고 보면, 밴드의 디스코그래피는 존 케일(John Cale)이 있던 시절과 후로 나뉜다. 리드와 케일이 주축이던 데뷔작과 2집이 어둡고 과격한 느낌이라면, 케일 탈퇴 후 리드가 모든 곡을 쓴 「더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는 차분하게 잘 다듬어진 앨범이다. 변화 속에서도 중얼거리는 듯한 보컬과 질감이 거친 연주, 우울한 가사 등 밴드의 정체성은 사라지지 않았고 후속 작에도 야생적이고 우울한 내면이 철학적인 가사와 연주에 실려 공존한다.
특히 이 앨범은 밴드의 작품 중 가장 세련되고 대중적인 느낌이 든다. 2집 「화이트 라이트/화이트 힛(White Light/White Heat)」의 과격함을 떠올려보면, 첫 곡인 ‘후 러브즈 더 선(Who loves the Sun)’은 같은 밴드의 노래라고 믿기 힘들만큼 깔끔하게 뽑아낸 팝음악이다. ‘쿨 잇 다운(Cool it down)’ 역시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경쾌함을 지녔다(그러진 못했지만). 전작의 ‘캔디 세이즈(Candy Says)’나 ‘페일 블루 아이즈(Pale Blue Eyes)’에 비해 조금 아쉽다 싶지만 ‘뉴 에이지(New Age)’와 ‘아이 파운드 어 리즌(I found a reason)’도 예쁜 노래들이다.

그러면서도 수준과 정체성을 꾸준히 유지한다. 특히 평론가들이 애지중지한 ‘스윗 제인(Sweet Jane)’과 ‘로큰롤(Rock&Roll)’에는 리드 특유의 냉소가 한껏 담겨 있다. 3집의 ‘왓 고즈 온(What goes on)’만큼 불타오르는 느낌은 아니지만 훨씬 유쾌하고 풍자적이며, 여전히 거칠지만 전략적으로 배치된 기타 사운드의 조화로움은 밴드가 진화한 흔적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럼에도 앨범 작업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드러머 모린 터커(Maureen Tucker)는 임신을 해 거의 참여하지 못했고, 그녀의 파트는 베이시스트 더그 율(Doug Yule)과 녹음 엔지니어 아드리안 바버(Adrian Barber) 등이 나눠서 메웠다. 결정적으로 이 앨범이 발표되기 직전 리드가 팀을 떠나버렸다.

앨범의 인기가 저조한 가운데 설상가상 리더가 탈퇴한 상황. 「로디드」는 밴드의 레퀴엠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솔로 뮤지션 리드의 승승장구, 평론가들의 찬사로 그룹은 끊임없이 재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데이빗 보위(David Bowie)나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등 많은 뮤지션들이 영감을 받은 밴드로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꼽으면서 이들은 팝 음악계에 강한 영향력을 지닌 그룹으로 거듭났다. 인기는 없었지만 진가를 알아볼 이들은 음반을 구매했던 것이다.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것은 사후의 (부질없는)영광과 생전의 가난뿐이다. 그러나 이들의 진정한 가치는 알려지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분명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행운이 따르던 밴드였다. 물론 그 행운이 자격 있는 이들에게 갔다는 점도 분명하다.

■ '서덕의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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