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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가르침, 성악 '범패'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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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예능보유자 구해스님…14일 서울 선정릉역 민속극장 풍류서 공연

구해스님 영산재 예능보유자

구해스님 영산재 예능보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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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가곡·판소리와 더불어 한국의 3대 성악인 불가의 '범패'.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는 노래다. 스님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범패는 배우는 기간만 장장 20~30년 이상이 걸린다. 49재나 영산재, 수륙재 등 사찰에서 의식을 치를 때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가 바로 스님들의 성악 '범패'다. 범패는 대개 이 같은 불교의식 안에서 들을 수 있어서, 가곡이나 판소리에 비해서는 대중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불교의식 중 하나인 영산재가 지난 2009년 9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조금씩 일반인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악가무가 어우러진 영산재는 산 자와 세상을 떠난 자의 복을 비는 대규모 야외 의식이다. 영산재 역시 그 중심은 '범패'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830년 당나라에서 돌아온 진감선사가 범패를 가르쳤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 범패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스님들이 있다. 국내 중요무형문화재 50호이기도 한 영산재를 현충일인 6월 6일 해마다 치러오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태고종 봉원사 스님들이 주축을 이룬다.
오는 14일 '범패'를 시연해 선보이는 공연이 서울 선정릉역 인근 한국문화재재단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린다. 범패를 잇고 있는 명인들을 재조명하는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구해스님(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예능보유자), 도경스님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이수자), 덕안스님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이수자), 덕성스님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이수자), 덕운스님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전수자)등이 무대 위에 오른다. 사회는 동국대 한국음악과 교수인 법현스님이 맡았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 8일 영산재 보유자인 구해스님(74)을 봉원사에서 미리 만났다. 그는 60년 가까운 세월을 범패와 함께 하고 있다. "운파스님, 송암스님이 가르쳐 주셨다. 열 여섯에 범패에 입문해 지금껏 하고 있다. 당시엔 녹음기도 없고, 그저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호흡과 동작까지 닮으려고 애쓰며 배웠다. 요즘엔 학교를 세워서 가르치고 있는데, 소수정예 '무릎 제자'로 배우는 게 최고인 것 같다. 구전심수다."

구해스님은 탱화를 그렸던 조부, 봉원사의 주지였던 부친 밑에서 자랐다. 삼대가 대처승이다. 하지만 여덟 살 때, 6·25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어야 했다. 불탄 봉원사 전각과 총탄을 맞아 쓰러진 부친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스님은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머리를 밀었다. 거부감도 없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봉원사 요사채에서 자랐고, 가까운 곳에는 범패승들이 많았다. 길가다가도 범패를 가르쳐줄 정도였다"며 "본격적으로 배우면서는 잠자고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범패를 익혔다"고 했다.
영산재가 수십차례 해외 초청공연을 할 정도로 알려지자, 봉원사 외에 다른 사찰에서도 범패승들을 초청해 의식을 치르고 또 배우려는 곳들이 부쩍 늘었다. 다만 구해스님은 의식을 사찰이 아닌 공연 무대에 올릴 때마다, 여전히 생경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종교의식을 무대화로 꾸리는 일은 전문가들의 몫이라고 본다. 일단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돼 있고 전승활동을 확인시키는 차원에서도 시연을 할 의무가 있어 몇 번 무대에 서긴 했다"며 "공식적인 의식은 6월 6일에 있고, 그 외에도 태국 등 외국의 6·25 참전 용사, 연평해전 용사 위령제, 독도수호를 위한 의식 등 사안이 있을 때마다 관련된 장소를 찾아 재를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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