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주력…갈비탕 메뉴 특화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둘째는 안된다." 이 한마디에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여자 선배가 퇴사했다. 결혼, 출산 등을 악바리처럼 견뎌냈던 이들도 육아 앞에서 우수수 떨어져나갔다.
송연순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대표는 이런 환경 속에서 자신은 '운이 따랐다'고 회고했다. 1986년 그랜드 하얏트 서울호텔 객실예약과 입사를 시작으로 30년째 호텔리어의 길을 걷고 있는 송 대표는 "외국계 호텔이다보니 성별보다 업무능력에 따라 평가받았다"며 "덕분에 밤늦도록 서류를 뒤져가며 야근을 해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부동산업'의 일종으로만 생각하던 남성시각 위주의 호텔업계에서 여성으로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말단직에서 시작해 한 단계 한 단계 오를 때마다 '편견'과 싸워야했다.
임원 승진을 앞두고 인터뷰를 볼 때였다. '가정 내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 결국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서운함이 밀려왔다. 20여년을 회사 일원으로 일했지 여자로서 직장에 다닌 적은 없었는데도 외부의 잣대는 달라진게 없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했기에 시간도 쪼갰다. 상황별로 대응방안이 다른 호텔업의 특성상 가장 큰 밑거름이 되는 것은 '경험'이다. 송 대표는 먼지 쌓인 수년전 파일들을 일일이 열어보며 최대한 단기간에 다방면의 경험치를 쌓았다. 출퇴근 시간에 버스에서, 전철에서 졸음과 싸워가며 파일을 꺼내 읽고 또 읽었다. 고객 응대시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눈 감아도 떠오를 정도로 외웠다. 조언을 구할 여자선배도 없었기에 무소의 뿔로 혼자 갔다.
패키지를 출시할 때에는 스토리를 더한다. 단순히 호텔 투숙이 아니라 어떤 추억을 소비하고 감성을 나눌 수 있는지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식이다. 최근에는 인근에 광명동굴, 이케아, 마리오아울렛 등과도 연계한 패키지를 만들었다. 시내 중심가에 동떨어진 지리적 한계가 있지만 이 속에서도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는 것.
송 대표는 "어떤 목적으로 우리 호텔을 찾았든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그동안 폐장했던 호텔 바(Bar)를 올해 내 재개장해 고객들이 숙박부터 식음, 여가 등 모든 서비스를 한 곳에서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송 대표의 올해 목표는 더 많은 여성 후배들을 양성하는 일이다. 그는 "내년에 용산에 아코르 계열 호텔 4개 브랜드가 한꺼번에 들어선다"며 "1700개의 객실이 생겨나 직원만 2000여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빨리 능력있는 직원들을 계발해 꿈을 키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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