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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화업 추상화가 홍재연 카톨로그 레조네 발간전

최종수정 2016.03.16 17:03 기사입력 2016.03.1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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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부도 추상화' 앞에 선 홍재연 화백

대형 '부도 추상화' 앞에 선 홍재연 화백


[용인=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박생광, 전혁림 작품이 상설전으로 열리고 있는 경기 용인 이영미술관에서 추상화가 홍재연(70)의 50년 화업을 살펴보는 대규모 전시가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7월 발간된 홍재연 화백의 카탈로그 레조네에 담긴 작품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카탈로그 레조네는 미술 작가 한 사람의 생애와 전체 작품의 이미지, 소장처, 전시 이력, 문헌 자료 등 검증된 정보가 수록된 전문서다.

홍 화백의 카탈로그 레조네는 작가가 경기대학교 서양화학과 교수로 정년을 마치고, 그동안의 화업을 정리하고자 2년간 준비해 만든 전작도록이다. 미술평론가 김병수가 엮고 미술과비평사에서 발행했다.

그는 수십년 동안 대형 추상화 작업을 펼쳐 온 작가다. 대학 때의 인체구상표현 작품 외에는 추상작업을 꾸준히 전개해 나갔으며, 작품들은 유화, 아크릴화로 그린 캔버스와 석판화가 주종을 이룬다. 특히 캔버스를 이어 붙인 대작들이 두드러지며, 판화의 경우에도 저닞 크기 이상의 작품들이 많다. 전시 주제는 '자연'에 대한 관심과 연구, 그리고 1990년 이후 '인간의 정신성'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 13일 이영미술관을 찾았다. 전시장에는 카탈로그 레조네에 수록된 작품들 중 선별된 시대별 대표작 90점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영미술관 2전시장에는 대형 캔버스 회화 26점, 3전시장에는 판화작품 64점이 걸려 있다. 서양물감을 재료로 했지만 동양적인 선과 수묵화 같은 아우라, 불교의 부도를 차용해 긴 타원형에 창이 난 듯한 형상으로 패턴을 이룬 추상화들이 널찍한 전시장 안에서 작가의 작업세계를 대변하고 있었다. 1960년대 화가로 입문하면서 선보인 미니멀 아트부터, 이후 빗자루를 동양 붓처럼 활용해 문인화처럼 제작한 그림들, 대자연의 관심을 표출한 추상화와 최근까지 '깨달음'을 주제로 한 작품까지 그의 화업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캔버스 회화와 같은 주제로 확대된 팝아트와 같은 그의 석판화는 감상의 또다른 재미를 줬다. 홍 화백의 캔버스화와 석판화는 2000여점에 이른다.

Work-1875,182x73,Acrylic on Canvas, 2014년.

Work-1875,182x73,Acrylic on Canvas, 2014년.


Work-397,112x77,Litho.ed.12, 1992년

Work-397,112x77,Litho.ed.12, 1992년


Soul-171,85x58,Litho.ed.10 (2), 1984년

Soul-171,85x58,Litho.ed.10 (2), 1984년

작가는 '부도'를 차용해 자신의 추상화에 담은 계기를 "계룡산에 있는 갑사를 방문해서 수없이 많은 부도가 세워진 모습을 봤다. 당시는 1980년대 초였는데, 그 형상이 계속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따. 이끼긴 부도의 모습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기도 하고, 스님들이 타계할 때 나오는 사리들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며 "1990년대 작업에 부도를 담았고, 이를 통해 인생과 인간의 정신력을 표현하려 했다"고 했다.

오십 년 동안 줄곧 붓을 들었던 홍 화백이지만, 여전히 작업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듯했다. 카탈로그 레조네 안에 담긴 인터뷰 글에서 그는 "여름에 가족과 바캉스를 가본 기억이 없다. 놀면 뒤쳐지는 것 같은 강박관념이 있었다.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망과 시대변화에 대처하려는 방법은 작업 이외에 없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새로운 작업에 대한 용기가 부족했다. 입체 작업을 구상하다가 발표했을 때 비난이 두려웠다. 작가가 가져야 할 용기를 내지 못해 안타깝다. 소극적이지 않았나하는 후회가 든다"고 회고했다. 존경하는 화가로는 '권영우' 화백을 꼽으며 "권영우 선생의 한지 부조작업을 보면서 한국화에서 출발해 추상 부조작업까지 이르는 모습을 보면서 작가답다고 여겼다. 깨달은 바가 크다"고 했다.

최근까지 십여년을 진행해 오고 있는 '부도 추상'에 대해서는 "자연과 인간을 비교해보니 찰나적인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문득 느끼는 만족감이 인간을 지탱해 줄 뿐이다. 이때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정신력"이라고 했다.

홍재연 화백은 1963년부터 현재까지 개인전 39회, 단체전 780여회의 전시를 가졌고, 대외적으로는 한국현대판화가협회장, (사)한국미술협회부이사장직을 역임했다. 지난 2012년 경기대학교 서양화학과 교수로 정년퇴임해 전업화가로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 기간 중 매주 화, 토, 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작가가 직접 전시장에 나와 관람객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오는 27일까지. 경기 용인 기흥구 이영미술관. 031-213-8223.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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