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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삼성·현대·LG가 '초일류' 못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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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삼성, 현대, LG는 이제 우리나라 국민에게 단순한 기업의 이름이 아니다. 해외에 나가 구석 구석 자리잡고 있는 삼성, 현대, LG의 간판들을 보면 가슴 한 구석이 이유없이 뿌듯해지고 자신감이 드는 느낌, 누구나 겪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한국 경제가 이래 저래 후퇴 또는 정체를 거듭하고 있는 사이에 때마침 삼성, 현대, LG도 '초일류' 기업의 대열에 쉽사리 합류하지 못한 채
일찌감치 '초일류 기업'을 홍보해 온 삼성그룹은 결국 애플을 따라잡지 못했고, 최근엔 오히려 중국 제품들에 밀려 고전 중이다. 현대가의 맏형인 현대자동차그룹도 해외에선 독일, 미국, 일본 등 경쟁사들에 치이고 국내에서도 수입차들에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뺏기는 등 위협받고 있다. LG도 세계 초일류 등극에 힘이 크게 부치는 모습이다.

묘한 것은, 한국 경제의 정체 현상과 이들 3대 기업의 고전이 같은 시기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일까. 최근 필자는 취재 현장에서 그 원인의 한 단면을 지켜 볼 수 있었다.

먼저 현대차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시청사 브리핑룸은 현대차 임직원 수십명이 득시글거렸다. 브리핑룸 전체가 현대차 임직원들로 가득 차 기자들조차 기를 펼 수가 없었다. 현대차 사옥도 아닌 이 곳에 현대차 임직원들이 잔뜩 몰려 온 것은 이날 김용환 부회장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옛 한전부지 개발 사업(GBC) 프로젝트와 관련된 합의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즉 부회장이 출두하자 임직원들이 '의전'을 위해 출동한 것이다. 현대차 직원들은 전날부터 시청사를 방문해 동선을 체크하고 보안을 점검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함께 발표에 나선 박원순 시장이 '에쿠스'가 아닌 '카니발'을 타며 수행원도 툭하면 떼어놓고 다니는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기자들마저 불편을 느낄 정도로 과도한 기업 의전의 한 단면인 셈이다. 현장 기자의 입장에선 "이 많은 고급 인력들이 고작 의전에 정력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다음은 삼성이다. 삼성그룹의 금융 분야에서 고위임원을 역임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지난 1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면 삼성이란 조직의 숨은 약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주 전 대표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증권 근무 시절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한 경험을 떠올리며 삼성그룹 내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금만 직급이 올라가도 보고서를 직접 쓰지 않고 아래 직원이 쓴 보고서나 결재안을 수정하거나 가필만 한다는 것이다.

주 전 대표는 그러면서 "(이런 직장내 문화가) 지식 노동자의 생산성을 퇴화시키고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갉아먹고 있다. 엄청난 낭비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선진경제가 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LG도 마찬가지다. LG전자 외국법인에 근무했던 한 외국인 CEO가 최근 LG그룹의 군대식 소통 방식, 성공 신화에 목을 매는 기업 문화를 비판한 저서를 펴내 화제가 됐다.

물론 이같은 문제들이 비단 삼성, 현대, LG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또 이들 기업이 동시에 부진한 원인은 이밖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집단지성의 시대, 자율과 창의를 앞세운 창조 경영 시대에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구성원을 압박하거나 일방통행 식으로 강요하는 조직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기업내 병정놀이는 이제 그만 할 때가 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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