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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지부극간 vs 인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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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증권부장

전필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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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에 간쟁하는 신하 일곱이 있으면, 비록 자신이 도(道)가 없다 할지라도 그 천하를 잃지 않는다(天子有爭臣七人 雖無道 不失其天下)."

'효경(孝經)'에 나오는 이 글귀는 지난주 정가에서 화제가 된 '성호사설-간쟁하는 일곱 신하'의 원전이다.
성호사설의 저자인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익은 신하들이 감히 간언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언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도리어 노여움을 사지 않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금이 미리 신하의 간언을 받아들이는 통로를 활짝 열어 놓는다면, 천하 사람들이 임금을 찾아와 가슴 속에 품은 식견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고 간언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익은 이런 이유로 임금이 간언하는 신하가 없음을 근심하는 것은 논밭이 있으되 곡식을 심지 않음을 걱정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인터넷 시대를 넘어 모바일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소통'이 문제가 되는 시대다. 요즘 리더들은 경쟁을 하듯이 소통을 강조한다. 정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기업체 사장들도 "내 방문은 활짝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들어와 얘기하라"고 기회될 때마다 얘기한다. 하지만 실제로 리더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조직원은 드물다.

효경처럼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논어(論語)'에는 "임금을 섬김에 너무 자주 간언하면 욕을 보게 되고, 벗을 사귐에 너무 자주 충고하면 소원해 진다"는 말이 나온다. 임금에게 간언을 해도 듣지 않으면 그만둬야 일신의 화를 면할 수 있고, 친구에게도 충고를 하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만둬야 친구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친구에게도 바른말을 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윗사람에게 바른말을 하는 것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조선의 대간들이 도끼를 곁에 두고 (도끼에 맞아) 죽을지언정 물리지 않는다는 '지부극간(持斧極諫)'의 자세로 간언했다고 하지만 이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자조차 도(道)로써 임금을 섬기되 안 되면 그만두라고 말했을 정도인데 보통 사람에게 '지부극간'의 자세를 바랄 수는 없다.

공자는 자신의 제자인 '남용'이 나라에 도가 있으면 쓰일 것이요, 도가 없더라도 형벌은 면할 것이라며 자신의 조카를 시집보냈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제자에게 조카를 맡긴 셈이다. 이게 '인지상정'이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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