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감독으로 산다는 것] 유형별로 보는 감독 ‘삼국지’ 세계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장수(將帥)는 리더십 유형에 따라 용장(勇將), 지장(智將), 덕장(德將) 세 가지로 나눈다. 용장보다 지장, 지장보다 덕장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도 천운이 따른다는 운장(運將)을 이길 수 없다. 스포츠 선수들을 지도하는 감독도 흔히 장수의 리더십에 따라 분류되곤 한다. 경우에 따라 선수들에게 필요한 감독 유형도 제각각이다.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감독들의 ‘삼국지’ 세계를 알아본다.
▲용장 “울지 않는 두견새는 제거한다”
“나를 따르라” 그야말로 용맹한 장수를 뜻한다. 강렬한 카리스마가 우선이다. 용장은 다소 무모해 보일지라도 승부처에서 과감한 작전으로 상대 기를 꺾는다. ‘호랑이 선생’ 김응용 감독(75) 앞에서는 현 프로야구 감독들도 벌벌 떤다. 김 감독은 한국프로야구 감독 사상 최다 출전(2,935경기), 최다승(1,567승), 최다 우승(10회) 기록을 보유한 최고의 승부사다.
한국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70)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선수단 장악 능력은 정평이 났다. 과감한 전술도 돋보인다. 2002년 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를 상대(2-1 승)로 수비수 세 명(김태영, 홍명보, 김남일)을 빼고, 공격수(황선홍 이천수 차두리)를 투입하는 극단적인 전술로 끝내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호통은 기본, 지옥훈련은 덤이다. 프로축구의 대표적인 용장으로는 김학범 감독(56)이 있다. ‘학범슨’(김학범+퍼거슨)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감독은 2014시즌 성남FC의 리그 잔류와 FA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호통’ 김호철 전 현대캐피탈 감독(61)도 거친 승부사로 유명하다. 그는 2005~2006시즌과 2006~2007시즌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견인했다.
▲지장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게 한다”
“전술과 교체 타이밍, 모든 것이 감독 안에 있다” ‘야신(야구의 신)’ 김성근 한화 감독(74)은 대표적인 지장이다. 데이터를 기초로 선수를 기용한다. 틀을 무너뜨린다면 그가 누구든 용서할 수 없다. 지난해 선수 혹사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한화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SK를 이끌고 2007년·2008년·2010년 통합우승(정규리그+한국시리즈)을 일궈낸 유능한 감독이다.
프로농구에선 ‘만수’ 유재학(53) 울산 모비스 감독이 지장으로 통한다. 만 가지 수를 갖고 있어 모비스의 전력은 탄탄하다. 자율적인 훈련보다는 짧고 강도높은 훈련을 추구한다. 조직력을 중시하는 만큼 수비만큼은 리그 최고수준(실점 72점 1위)이다. 유 감독은 올 시즌 모비스와 함께 사상 최다인 7회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덕장 “두견새가 스스로 울 때까지 기다린다”
뛰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사람도 있다. 통달의 세계가 있다면 덕장의 몫이다. 김인식 국가대표팀 감독(69)과 김경문 NC 감독(58)은 야구계의 덕장으로 손꼽힌다.
야구계 원로인 김인식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김인식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면서 부족한 훈련 일정, 주축 부상 등 악조건을 탓하지 않았다. 단기간 내에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최고의 성과를 냈다. 김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 믿음을 갖고 선수를 기용한다. 내가 한 것은 선수들이 기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격려한 것 밖에 없다”고 했다.
김경문 감독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 주전들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며 팀을 운영한다. 선수들에 대해 평가할 때도 말을 아낀다. 프로축구에는 서정원 감독(46)이 있다. 수원 삼성에서 4년 차를 맞는 서 감독은 선수가 스스로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준다. 덕분에 2008년 우승 이후 기나긴 침체기에 빠졌던 수원 삼성은 두 시즌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고 ‘신예’ 권창훈(22)도 발굴했다.
▲운장 “두견새의 울음은 하늘에 달렸다”
‘지성이면 감천’ 운장도 있다. 기본실력에 천운까지 따라줘야 대업을 이룰 수 있다. 2015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 베어스를 두고 ‘미라클(기적) 두산’이라고 했다. 14년 만에 우승을 일궈낸 감독은 다름 아닌 감독 첫 데뷔시즌을 보낸 김태형 감독(49). 스스로도 “운이 좋은 감독”이라고 말한다. 비록 정규리그에서 3위에 머물렀지만, 마지막에 집중력을 발휘했다. 김태형 감독은 카리스마와 포근함을 동시에 지녀 선수단을 능수능란하게 조련했다.
지난해 2월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46)은 1년 만에 값진 성과를 얻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일궈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