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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는 밥] 자네, 병탕(餠湯)을 몇 사발 먹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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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의 2016이라는 숫자가 아직도 낯설지만 벌써 새해가 된지 한 달이 지났다.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하는 물음에 어..? 하며 머뭇거리게 되는 이유는 아직 떡국을 먹지 못해 한 살 더 보태진 나이를 실감할 수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매생이굴떡국

매생이는 저칼로리, 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좋고 칼슘이 풍부해 무기질을 보충해 주는 영양가 높은 해초로, 굴과 함께 떡국으로 끓이면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매생이는 저칼로리, 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좋고 칼슘이 풍부해 무기질을 보충해 주는 영양가 높은 해초로, 굴과 함께 떡국으로 끓이면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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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통적으로 음력을 사용해 왔고 설날은 음력 정월 초하룻날을 말한다. 간혹 일부 가정에서 ‘신정’을 찾는다고 하며 양력 1월 1일에 떡국을 끓여먹고 신정을 새해의 첫 명절로 생각하지만 우리가 사용해왔던 ‘신정’과 ‘구정’이라는 말은 일제시대에 일본에 의해 만들어진 잘못된 말이다. 일본은 우리 고유의 문화를 말살하기 위한 하나의 책략으로 음력을 못 쓰게 하고 그 당시 태양력을 따르던 자신들과 같이 양력 1월 1일을 신정으로, 한국의 설인 음력 1월 1일을 구정으로 여기도록 교육했다. 미래를 향해 나가는 바람직한 날이라는 신정과 하루빨리 없애야 할 구습이라는 구정의 느낌을 대조적으로 우리에게 심어주려고 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부정적 의미인 구정을 ‘민속의 날’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옛 이름인 ‘설날’로 쓰도록 하였다. ‘설’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몇 가지가 전해지는데, 낯설다는 의미인 ‘설다’에서 온 것으로 보기도 하고 한 해가 새롭게 개시되는 날을 부르던 말인 ‘선날’이 설날로 바뀌었다고 보기도 하고, 자중하고 근신한다는 의미의 옛말인 ‘섦다’에서 왔다고 보기도 한다.


정월 초하루에 떡국을 먹는 이유는 문헌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때를 가리지는 못하지만 최남선(崔南善)의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에 따르면,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속은 매우 오래됐으며, 상고시대 이래 신년 제사 때 먹던 음복(飮服) 음식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가래떡이 흰 것은 순수를, 가늘고 긴 것은 장수를, 동글게 써는 것은 동그란 모양이 마치 엽전의 모양과 같아서 새해에는 재화가 풍족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의미하는데, ‘병탕(餠湯)이라 불리던 떡국을 먹음으로써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으로 여겨 나이를 물을 때 “병탕을 몇 사발 먹었느냐”고 묻기도 하였다.


오색떡국

떡국의 육수는 주로 꿩고기를 사용했지만 점차 꿩고기를 구하기 어려워 닭을 사용했는데, 여기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유래했다. 요즈음엔 집집마다 기호에 맞는 재료를 넣어 떡국을 끓인다.

떡국의 육수는 주로 꿩고기를 사용했지만 점차 꿩고기를 구하기 어려워 닭을 사용했는데, 여기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유래했다. 요즈음엔 집집마다 기호에 맞는 재료를 넣어 떡국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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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어서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고 싶어 어머니께 떡국을 한 그릇 더 먹겠다고 떼를 섰던 기억이 있지만 지금은 떡국을 먹지 않아 나이를 한 살 안 보탤 수만 있다면 떡국을 피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떡국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먹은 것이라는 이야기는 실제로는 연관이 없겠지만 우리 조상들이 새해 아침 가족들과 떡국을 함께 먹으며 ‘올해도 한 살 더 먹었으니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시작하자’는 다짐을 하던 것에서 시작된 얘기가 아닐까 싶다.


매일 혼자 밥을 먹던 싱글들도 설날만큼은 혼자의 생활에서 벗어나 어머니가 끓여주신 떡국을 먹으며 가족들과 함께 보내길 바란다. 순수 한 입, 장수 한 입, 부(富) 한 입 먹고, 이제껏 먹은 떡국이 몇 사발인지도 세어 보아야 비로소 한 살 더 먹었다는 실감이 날 터이다.


글=푸드디렉터 오현경,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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