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부는 300m건물옥상부대… 언론 첫 공개, 도심 GP를 가다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2014년 3월과 4월에 추락한 북한의 무인항공기(드론) 3대가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추락한 드론은 청와대, 경복궁 등 서울 일대를 비행하며 193장의 사진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군 당국은 드론이 촬영한 청와대 사진을 북측에 전송했을 가능성에 대해 부인했다. 송수신기가 장착돼 있기는 하지만 영상전송 용도가 아닌 조종이나 위치추적시스템(GPS) 정보를 송수신하는 용도였다는 것이다. 이후 군은 서울 상공의 드론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시켰다. 24시간 소형무인항공기와 저공비행 침투기를 경계하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방공여단 격추대대를 지난 11일 찾았다.
격추대대를 방문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서울 도심 속 300m가 넘는 고층빌딩 옥상이었다. 2012년 11월부터 이곳에 자리잡은 격추대대를 언론에 공개하기는 처음이라는 군 관계자의 설명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엘레베이터에는 건물공사를 담당하는 인부들도 함께 올라탔다. 인부들이 중간 층수에서 내렸지만 엘레베이터는 계속 올라갔다. 고도 300m가 넘어서자 귀에 웅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고층임을 알려줬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2중으로 잠겨있는 정문이 열리며 군장병이 신원확인을 시작했다. 정문 통과후 분위기는 좀 전과는 전혀 달랐다. 160㎡(약 50평) 규모의 공간에는 15명의 장병들이 근무중이었다. 얼뜻보기에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짜임새 있게 구성된 내무반에는 헬스장, 식당, 독서실 등 모든 것이 완비돼 있었다.
'지낼만 한 곳이구나' 라는 생각도 잠시였다. 경계기지가 위치한 옥상에 가기 위해 후문의 문을 여는 순간 영하 7도의 온도와 함께 매서운 칼바람이 얼굴을 강타했다. 1분도 되지 않아 꽁꽁 얼어붙은 몸을 이끌고 3층 높이의 계단을 올랐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그야말로 공포자체일 터다. 옥상에 올라가니 바람의 세기는 더 강했다. 군 관계자는 "바람이 강할때는 태풍과 맞먹는 40㎧ 정도가 된다"며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고 말했다. 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가 허리와 바닥을 로프로 묶고 있었다.
330㎡ 크기의 옥상에는 방공포와 지대공 유도무기가 육중한 몸매를 드러냈다. 옥상에서 한강은 물론 남산타워, 북한산 등도 한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도심에 어둠이 짙게 깔리자 좀처럼 볼 수 없는 야경이 펼쳐졌다. 서울 도심야경을 즐기는 기자에게 이용호 진지장(중사)은 "어둠이 내려오면 더 긴장된다"며 "건물과 자동차 불빛사이로 대남침투용 드론 감시하기 위해서는 더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반인들이 취미생활로 '드론'을 날리면서 경계감시는 더 철저해졌다. 사정 승인없이 수도권 상공 특정지역에 드론을 운용하면 안되지만 최근 불법비행은 늘어가고 있다. 2013년에는 11회, 2014년에는 46회가 적발됐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85회가 적발됐다.
김한동 상병은 "겨울에는 건조함과 추위, 여름에는 건물에서 올라오는 열과 벌레와 싸워야 하지만 도심속 경계를 늦출 수는 없어 매일 교육을 반복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상 진지에 올라간지 2시간만에 내려오는 계단은 추위에 얼어붙은 몸때문에 올라갈때 보다 더 힘들었다. 내려와 옥상을 올려다 보니 마치 경계초소(GP)처럼 보였다. 서울의 가장 높은 곳을 지키는 도심속 GP였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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