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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 민중미술? '새로움' 갈급했던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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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라 作, '플로팅 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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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단색화와 민중미술'. 한국 현대미술의 양대 사조는 올해도 주류로서 영향력을 꽤나 행사할 전망이다. 1970년대 미대 교수들을 주축으로 한 아카데미즘은 단색화 계열로 분류되며, 최근 몇 년 사이 시장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집단이 됐다. 군사독재시대 암흑기를 거치며 작가들은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1980년대 국내 예술은 문학에서부터 점차 사회참여의 목소리를 내면서 미술사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민중미술'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1세기 국가 간 문턱이 사라지면서 우리 미술도 국제미술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미술에 다양성이 꽃피워지고, 주류의 힘이 분산되기에 이른다. 1980대 말~1990년대 초 학번 작가 중 많은 이들이 대학시절을 "교수들은 단색화를 가르쳤고, 거리에는 걸개그림이 판치는 그런 환경에서 작업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무거웠고 벗어나기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양 진영에 편입되지 않고, 새로운 미술에 갈급했던 작가들은 유학길에 오르거나, 대안예술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페미니즘 예술 등 한국 미술에 다양성이 형성된 배경이다. 실험적이고 개념적인 작업, 새로운 개념을 담은 작업들이 펼쳐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 서울대, 홍익대라는 학맥보다는 작업 자체에 비중을 둔 '제3지대'가 조금씩 빛을 보게 됐다. 국제 미술계에서 비엔날레 같은 무대의 대형전시나 미술시장은 작가의 출신학교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작품성 위주로 발탁했기 때문이다.

홍경택 作, 'Pens 3'

홍경택 作, 'Pen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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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한국현대미술에 나타난 종 다양성에 관한 리포트 형식의 전시가 마련됐다. 우리 현대미술에서 주류가 아닌 변경에서 생성된 목소리의 모음이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들로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40대 중견작가들이 모였다. 김기라, 김태헌, 노동식, 배종헌, 윤상렬, 이중근, 이환권, 조습, 진기종, 함진, 홍경택 등 작가 11명의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김기라는 1980년대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받고 트라우마를 겪은 이를 최면치료사에게 데려간다. 그 과정을, 한 인간의 뇌에 고문이 미친 영향을 기록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리산에서는 영성과 자연을 테마로 한 작품을 제작했다. 진기종은 전쟁과 폭력을 주제로 작업하면서 이번 전시에 가톨릭 신자와 이슬람 군인이 각자의 신에게 기도하는 모습을 작품에 담아 종교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의 근원을 묻는 질문을 던진다. 홍경택은 일상적인 사물을 평면에 옮기고 강박적으로 조합해 생경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을 만들어 오랫동안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공통점은 지금은 가천대로 통합된 '경원대' 출신 작가들이란 점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경원대 동문전으로 비춰질 수 있는 소지가 있다. 그러나 전시총감독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는 "여기서 '경원대'가 중요하진 않다. 물론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대학을 다녔을 시절, 인지도 없던 경원대 미대에 내부적으로 좋은 작가를 배출하는 데 자유로운 분위기와 개성을 존중하는 풍토가 있긴 했다"며 "주류미술계의 대안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전시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오는 24일까지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후 경기도미술관으로 옮겨져 다음달 19일부터 4월 3일까지 이어진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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