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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심장이 뛴다’ 국산전차의 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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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변속기 100여대 전력화, 앞으로 수출시장전망도 밝아

S&T중공업 창원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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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6ㆍ25 전쟁 당시 북한군은 공격의 선봉에 소련제 T-34전차와 SU-76자주포를 내세웠지만 우리 군은 변변한 전차 한 대 없었다. 우리 군의 눈에 북한 전차는 마치 괴물같이 보였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화염병이나 박격포탄을 맨몸으로 메고 전차를 향해 달려드는 것 밖에 없었다. 1953년 휴전 이후 우리 군은 기갑전력의 필요성을 느끼고 전력을 크게 강화했다.


대표적인 전차가 4세대 탱크인 K2전차다. 개발과정은 쉽지 않았다. 전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파워팩(엔진+변속기)을 해외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지난 2005년 국산화를 결정했지만 엔진 베어링 파손, 엔진과열로 인한 손상 등 문제점은 그대로 드러났다. 파워팩 국산화 결정 10년이 지난 오늘 얼마나 변했을까. 국내 방산기업의 기술력을 보기 위해 지난달 14일 S&T중공업 창원공장을 방문했다.


7300㎡(2200평)규모의 방산공장에 들어서니 기름냄새가 코를 찔렀다. 초록색인 공장바닥 양옆에는 노란선이 그어져 있었다. 공정라인을 구별하기 위한 선이다. 회사관계자는 이곳이 K21장갑차에 장착될 K40자동포 생산라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그마한 부품을 가공하고 있어 보기에는 부품공장처럼 보였다. 80m길이의 공장라인을 걸어갈수록 자동포는 윤곽을 드러냈고 건물 끝편에 도달하니 4m 길이의 K40자동포를 볼 수 있었다.


철제문을 통해 변속기 조립동으로 이동했다. 회사관계자는 S&T중공업 창원공장 방산조립동에서만 4종류의 변속기, 6가지 포가 만들어져 한눈에 구분하기 힘들지만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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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안에 있는 K2변속기 중간조립 청정룸에 들어가니 10여 개의 책상위에 복잡한 설계도면이 깔려 있었다. 직원들이 설계도에 열중하고 있어 쉽게 말을 건네기가 어려웠다. 변속기에 들어가는 주요부품수만 4500여 개 이상이다보니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차 등 궤도차량은 일반 자동차와 달리 차축이 없어 변속기에서 제동기능과 방향을 바꿔주는 조향기능까지 담당해야 한다. 그만큼 다기능 핵심부품이기 때문에 기술력확보가 관건이다.


백홍식 특수사업본부장은 "K2전차에 들어가는 변속기는 전진 5단만 가능한 해외제품과 달리 전진 6단, 후진 3단 기능이 가능해 현재 각국에서 눈여겨 보고 있는 방산품목"이라면서 "K2전차 100여 대에 변속기를 납품해 전력화 된다면 앞으로 수출시장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공장을 지나 찾아간 곳은 시험센터. 시험센터 입구에는 K9자주포에 들어갈 변속기 시험이 한창이었다. 귀가 찢어질듯한 굉음을 내고 있는 변속기는 최대출력 등 37개 항목을 시험을 마쳐야 한다. 이날은 엔진이 최대 속도를 낼때 변속기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지 검사하는 중이었다. 궤도차량에 들어가는 변속기는 모든 물량을 각각 8시간씩 가동시험을 한다. 일반 자동차변속기가 2분 30초간 시험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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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옆에 3m길이의 축을 끼워놓고 시험중인 변속기를 가까이 들여다보니 20여가지의 호스가 연결돼 있다. 유압을 체크하는 것으로, 심장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람에 비유하면 동맥경화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시험하는 것이다.


K9자주포에 들어갈 변속기 외에 K2전차에 들어갈 변속기도 시험중이었다. 가동시험을 대기중인 변속기는 양산 1호기가 아닌 시제품 15호기다. 변속기를 생산하기 앞서 15대의 변속기를 먼저 만들어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는 것이 회사관계자의 설명이었다. K2전차 변속기는 전차가 32km로 달리다 급제동했을때 기능은 제대로 하는지, 60도 각도의 오르막길을 오르다 멈춰섰을때 전차가 뒤로 밀리지는 않는지 등 35개 항목을 검사해야 한다. 시험장 2층 모니터실에 올라가니 두개의 컴퓨터 모니터에 시험항목수치들을 한눈에 보여줬다. 마치 자동차 계기판처럼 생긴 모니터에는 속도, 팬속도 등 수치가 나열되어 있었다.


공장에 빠져나오자 회사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국내 변속기의 기술력을 해외시장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며 "자신있다"는 말을 강조했다. 공장밖에 나왔지만 변속기 가동시험 소리를 끊이지 않았다. 우리군의 전차가 끊임없이 발전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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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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