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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4호선, 최초 발견 '조선시대 조운선'으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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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수된 목간에 '광흥창', 분청사기에 '내섬' 글자 등…조선 시대 초기 공납제도의 모습과 당시 공물의 운송방식인 ‘조운(漕運)’에 대해 처음 확인된 실증 자료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명 목간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명 목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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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태안 마도해역에서 발견된 '마도 4호선'이 조선시대 조운선으로 확인됐다. 최근 이 배에서 출수된 '광흥창'이 적힌 목간, '내섬'이란 글자가 새겨진 분청사기 등이 그 증거물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최초로 발견된 조선시대 선박으로 기대를 모은 마도 4호선에 대해 지난 4월 22일부터 실시한 중간조사 결과를 26일 이같이 발표했다. 이 배에서 300여점의 유물이 출수됐으며, 유물과 선박 구조를 통해 조선시대 조운선(漕運船)임이 최초로 확인됐다. 조운선이란 국가에 수납(收納)하는 조세미(租稅米)를 지방의 창고에서 경창(京倉)으로 운반하는 데 사용하였던 선박을 뜻한다.
마도 4호선 선박 내부에서는 목간 60여 점이 함께 출수됐다. 목간 대부분에는 발신처인 나주와 수신처인 광흥창을 뜻하는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이 적혀있으며, 이는 전라남도 나주 영산창(榮山倉)에서 거둬들인 세곡 또는 공납품을 관리의 녹봉을 관리하던 조선 시대 국가 기관인 광흥창으로 옮기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광흥창은 조선 시대까지 관리들의 녹봉을 관장하던 기관으로 고려 충렬왕 때 최초 설치되어 조선 시대까지 존속한 관아. 현재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자리한 광흥창역(지하철 6호선) 부근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전에 발굴한 마도1, 2, 3호선은 대부분 당시 권력자나 개인에게 보낸 화물들을 운송하던 선박으로 조운선 여부가 명확하지 않지만, 마도4호선은 광흥창이라는 국가기관으로 보내는 공물을 적재했다는 점에서 조선 시대 최초의 조운선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일부 목간에는 ‘두(斗)’, ‘보리(麥)’ 등 곡물의 양과 종류를 표기하고 있어 마도4호선의 목간은 화물의 물표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출수된 분청사기 모습

출수된 분청사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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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섬(內贍)’명 분청발

‘내섬(內贍)’명 분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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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수된 사기 대접과 접시는 140여 점으로 그 중 3점에 ‘내섬(內贍)’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는 조선 시대 궁궐에 물품을 관리하던 내섬시(內贍寺)를 의미하는데, ‘내섬’을 분청사기에 새기기 시작한 때는 관청의 명칭을 표기하도록 하는 1417년(태종 17)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려 말부터 1420년대까지의 제작된 자기에서 보이는 집단국화문과 승렴문(繩簾文, 새끼줄문양)이 새겨진 점, 중앙에 문양을 성글게 새긴 제작 기법 등을 살펴보면 15세기 초반 제작 양식임을 알 수 있다.
김병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 연구관은 "마도4호선은 1410~1420년대(태종~세종)에 물품을 싣고 항해하다가 마도 해역에서 침몰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분청사기는 10점 혹은 20점 단위로 포갠 후 60점의 분청사기들을 성글게 엮어 만든 망태기에 담아 포장했다. 자기를 기형별로 포갠 후 4개의 나무 막대를 길게 덧대 새끼줄로 묶었던 고려 시대 포장 방법과는 다른 방식이 처음 확인됐다"고 했다.

이밖에도 세곡으로 선적한 벼와 보리 그리고 '신증동국여지승람' 제35권 '전라도 나주목 토산' 편에 공물로 기록된 대나무, 숫돌 등도 함께 출수됐다. 연구소는 곡물을 담았던 가마니인 ‘섬(石)’의 형태를 조사하기 위해 매장상태 그대로 통째 인양을 시도하였다. 김 연구관은 "앞으로 보존처리를 마치면 조선 시대 도량형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마도 4호선은 마도 북동쪽 해역 수심 9~15m에 파묻혀, 선수가 남동쪽을 향해 있고, 우현 쪽으로 50° 기울어져 있다. 잔존 규모는 길이 13m, 폭 5m, 선심 약 2m이고, 밑판 3열, 좌현 외판 4단, 우현 외판 11단, 선수ㆍ선미재도 일부 남아 있는 평저선(平底船)이다. 조선 시대 선박 구조를 그려놓은 '각선도본(各船圖本)'에서 보여주는 조운선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데, 선수 판재가 조운선은 가로로, 군선은 세로로 그려져 있다. 과거 확인된 고려 시대 선박은 선수 판재가 세로로 설치됐지만, 마도4호선의 경우 선수 판재가 가로로 설치됐다. 또한 좌우 외판재를 연결하는 가룡목(加龍木)이 약 2m 간격으로 6곳에 설치돼 있다. 고려 시대 선박들에서 비교적 얇은 원통목을 사용했지만, 마도4호선에서는 두껍고 강한 횡강력재를 사용해 선체의 견고함을 높이고 더욱 세련된 가공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 마도4호선에서는 18세기 후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가 출수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연대를 측정한 결과, 고고학적 층위와 유물의 제작 시기를 고려했을 때 마도4호선의 분청사기와 백자와의 연관성이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도4호선이 침몰당한 후 파묻히고, 그 위쪽에 백자와 관련된 선박이 침몰 후 백자가 다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마도4호선 발굴조사는 올해 10월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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