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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교황…기후변화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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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분석 통한 절절한 회칙, 앞으로 기후변화회의에 큰 영향 끼칠 듯

▲지난해 8월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 아이와 눈높이를 같이하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DB]

▲지난해 8월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 아이와 눈높이를 같이하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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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우리나라에 가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나비와 새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태국에서는 코끼리가 사라지면서 숲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남미와 호주 등에서는 올해 '슈퍼 엘니뇨'로 홍수와 가뭄이 이어져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섰습니다. 교황은 지난 18일 '교황 회칙'을 통해 "기후변화를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며 "지구촌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황은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라는 회칙을 통해 이 같이 주문했습니다.
◆입체·종합적 연구논문 이상인 '교황 회칙'=기후 변화를 담은 이번 교황의 회칙은 총 6장 246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보면 900매에 이릅니다. 한 권의 단행본 분량에 해당되는 방대한 양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제 1장은 '우리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WHAT IS HAPPENING TO OUR COMMON HOME)'부터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른바 문제 제기와 현실 분석입니다. 공해와 기후변화, 물 부족, 생물 다양성 실종, 삶의 질 악화와 사회 붕괴, 글로벌 불평등이 만연해 있다고 진단합니다. 원인 분석을 하는데 있어 '선언적 내용'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동안 밝혀진 과학적 분석과 데이터를 중요한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제 2장은 '창조물에 대한 복음(THE GOSPEL OF CREATION)', 제 3장은 '생태의 위기 근원(THE HUMAN ROOTS OF THE ECOLOGICAL CRISIS)'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류의 욕심과 개발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생태계의 위기를 강조한 부분입니다.
제 4장은 '완전한 생태계(INTEGRAL ECOLOGY)'를 이야기합니다. 환경과 경제, 사회적 생태계를 강조하고 문화적 생태계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어 제 5장은 '접근과 행동(LINES OF APPROACH AND ACTION)'을 다룹니다. 공동의 선(善)을 위해 국제적 대화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함께 해결점을 찾아보자고 주문합니다. 문제 제기에 이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6장은 '생태 교육과 정신(ECOLOGICAL EDUCATION AND SPIRITUALITY)'입니다. 문제 제기와 해결책에 이어 앞으로 삶에 대한 교육과 인간과 환경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회칙 마지막에 교황은 '지구를 위한 기도문(A prayer for our earth)'를 덧붙였습니다. 이 기도문을 통해 교황은 "형제와 자매로 그 누구도 해롭게 하지 않으면서 평화가 충만하게 해주소서(Fill us with peace, that we may live as brothers and sisters, harming no one)"라고 말합니다. 이어 "버림받고 잊힌 이들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help us to rescue the abandoned and forgotten of this earth)"라고 호소합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정의와 평화, 사랑과 아름다움이 넘치는 지구에서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 모든 삶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소서(help us to protect all life, to prepare for a better future, for the coming of your Kingdom of justice, peace, love and beauty)"라고 기도했습니다.

◆기후변화 회의에 큰 영향 끼칠 듯=교황의 회칙은 앞으로 지구촌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까요. 그저 한 종교의 기도문과 선언문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 될까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게 과학계와 정치권의 판단입니다.

해외과학매체인 네이처는 교황의 회칙을 두고 "오랫동안 교황은 기후변화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며 "이처럼 강하면서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지구 환경에 대한 경고를 보낸 적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이번 회칙은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을 둔 철저한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를 뛰어넘는다고 진단했다. 단순한 회칙이 아닌 기후변화에 대한 입체적 문제점과 종합적 분석을 포함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같은 교황 회칙은 앞으로 정책 결정자와 과학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네이처지는 "교황은 이번 회칙을 통해 인간에 의해 자행된 환경 파괴와 이로 인한 기후변화에 주목했다"며 "화석 연료 사용의 중단과 재생 에너지 개발을 요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교황의 이번 회칙은 앞으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IPCC는 기후변화의 원인 분석을 두고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추기경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같은 교황의 주문은 가톨릭 신자들의 의견과도 일치합니다. 워싱턴DC에 있는 퓨 리서치 센터( Pew Research Center)의 최근 조사를 보면 미국의 가톨릭 신자들 10명중 7명 정도(71%)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7%의 신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인간의 행동으로 발생했고 48%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스톡홀름대학 요한(Johan Rockstrom) 박사는 "과학적 데이터로부터 추출된 이번 교황의 메시지는 최고의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며 "앞으로 기후변화 협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2월에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UN 미팅이 예정돼 있는데요. 유엔기후변화협약 196개 당사국이 모여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세계 각국의 의견을 듣고 협의하는 자리입니다.

12월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약 미팅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9월 UN총회에서 다시 한 번 기후변화에 대한 연설을 할 예정에 있습니다. 이번 기후변화에 대한 '교황 회칙' 발표에 이어 오는 9월 UN총회 연설까지 교황의 행보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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