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초동여담]마이너스 리더십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김영삼 정부 시기에 한국경제가 파탄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네 가지 명제를 깨우쳤다.

첫째는 전체는 부분의 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직의 역량은 그 조직을 이루는 구성원 개개인 역량의 단순 합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김영삼 정부의 '내가 세계 일류면 나라가 세계 일류'라는 인식과 접근에 대한 비판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이 카피 아래 각 분야 구성원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품에서 살펴보자. 생산ㆍ마케팅 인력이 세계 최고이더라도 그들이 만드는 제품이 시장에서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들은 헛일을 하는 것이다. 숫자로 나오는 실적은 다른 기업에 훨씬 뒤처지게 된다.

소비자가 좋아할 제품이 무엇일지 결정하고 자원을 동원해 효율적으로 생산하며 마케팅을 통해 시장에 내보내는 과정의 정점에 리더가 있다. 여기서 '전체를 부분의 합보다 크게 만드는 것이 리더십'이라는 둘째 명제가 나온다. 리더가 조직 역량을 키운다. 이는 여러 뛰어난 최고경영자(CEO)가 이룬 업적으로 뒷받침된다.

셋째 명제는 '조직 역량의 상한은 리더에 의해 그어진다'는 것이다. 조직이 돌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가 열 가지고 그 모든 것이 갖춰져 있더라도 리더가 무지하면 그 조직의 수준은 리더의 높이로 깎인다는 뜻이다. 이때 리더는 전체를 부분의 합보다 작게 만든다. '마이너스 리더십'인 셈이다.
그런 인물이 리더의 자리에 앉은 조직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위로부터 관철된다. 이게 넷째 명제다. 뛰어난 리더는 묻혀 있는 인재를 끌어올리지만 리더 자리에 있는 노둔한 사람은 가까이 있는 인물도 알아보지 못한다. 생각이 흐릿한 사람은 권력을 향해 앞다퉈 달려드는 지원자들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한다.

이 네 명제는 어느 조직에나 통한다. 박근혜정부에도 적용된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 2년여 동안 셋째와 넷째 명제에 여러 가지 사례를 제공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은 넷째 명제에 해당하는 가장 가까운 사례다.

마이너스 리더십이 작동하는 현 정부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장관들이 앞장서서 소신껏 일하는 것이다. 넷째 명제가 맞다면 그런 장관들이 열심히 일한다 한들 결과는 실망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 예외일지 모르는 일부 장관들에게 분발을 촉구한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요구안 의결…尹, 거부권 가닥 김호중 "거짓이 더 큰 거짓 낳아…수일 내 자진 출석" 심경고백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국내이슈

  • "눈물 참기 어려웠어요"…세계 첫 3D프린팅 드레스 입은 신부 이란당국 “대통령 사망 확인”…중동 긴장 고조될 듯(종합)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해외이슈

  • [포토]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 [포토] 검찰 출두하는 날 추가 고발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포토PICK

  • 기아 EV6, 獨 비교평가서 폭스바겐 ID.5 제쳤다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이란 대통령 사망에 '이란 핵합의' 재추진 안갯속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