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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마스크와 불신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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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마스크' 천지다. 지하철 같은 곳은 말할 것도 없고, 외식이 두려워 치킨을 시켰는데 배달원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치킨과 돈을 주고 받는 손 사이의 거리가 평소보다 더 멀어진 듯 했다. 마스크 뒤로 감춰진 얼굴들 사이에서 불신의 바이러스도 떠도는 느낌이다.

지난해 케이블 TV에서 인기를 끈 중국 드라마 '난릉왕'의 주인공 고장공은 고대 인물 중 마스크로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중국 고대 4대 미남자로 꼽히는 난릉왕 고장공은 다른 미남들과 달리 장군으로도 명성을 떨쳤다. 5호16국 시대 북제의 황족인 고장공은 전투를 할 때 가면, 즉 마스크를 쓰고 지휘를 했다. 그의 미모가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것을 우려해서 그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출중한 외모였다.
난릉왕이 가장 빛난 전투는 낙양성을 포위한 '북주'군과 전투다. 난릉왕은 정예 500기만을 데리고 적군 수만 명의 포위망을 뚫고 낙양성의 일부인 금용성까지 다다른다. 수비를 하던 북제군은 포위망을 뚫고 온 난릉왕을 알아보지 못했는데 그가 가면을 벗으면서 아름다운 얼굴을 보이자 성안의 북제군이 난릉왕과 합세, 북주군을 물리쳤다.

이 장면은 '난릉왕 입진곡((蘭陵王入陣曲)'이란 곡으로 만들어지고, 당나라 때 일본으로까지 전해질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황제의 4촌이라는 배경에 뛰어난 전공까지 세운 고장공은 승승장구했다. 상서령, 태위의 관직을 받았는데 지금으로 치면 국무총리에 국방부장관을 겸한 자리였다.

하지만 너무 높은 인기와 권력은 주위의 시기와 질투를 불렀다. 특히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황제까지 난릉왕을 시기하고 의심했다. 황제가 어떻게 그토록 용감하게 적진으로 돌진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난릉왕은 "집안 일이라 생각하고, 몸을 돌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황제는 난릉왕이 황제의 자리를 노린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난릉왕은 황제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전리품을 가로채는 등 일부러 명성을 더럽히고 병권을 내놓기도 했지만 끝내 황제의 의심을 풀 수 없었다. 황제는 서쪽의 북주와 남쪽의 '진'이라는 강적들과 대치하면서도 명장인 난릉왕에게 독을 내려 자결하게 했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경쟁자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셈이다.
난릉왕을 비롯한 유능한 장수들을 잇달아 죽인 북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난릉왕 사후 4년 만에 북주군의 공격에 나라가 망하고 말았다.

불신. 1500년전이나 지금이나 어떤 강적이나 병균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인 듯 싶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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