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화무십일홍을 얘기할 때 사람들은 '권불십년(權不十年)'을 떠올린다. 꽃은 열흘을 못 가고, 권력은 십 년을 가지 못 한다는. 좀 더 세련된 원문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세불십년장(勢不十年長)으로 쓴다.
화무십일홍이란 명문장을 가장 먼저 사용한 이는 지금으로부터 900년 전 중국 남송시대의 시인 '양만리(楊萬里)'라고 한다. 양만리는 '월계화(月桂花)'라는 시에서 지도화무십일홍(只道花無十日紅) 차화무일무춘풍(此花無日無春風)이라고 노래했다. 그저 꽃이 피어야 10일을 못 넘긴다고 하지만 이 꽃만은 날도 없고, 봄바람도 필요 없네.
열흘 가는 꽃이 없는 줄 알았더니 날도 따로 없고, 봄바람도 필요 없는 꽃이 있다니 후배가 살짝 걱정(?) 됐다. 월계화는 사시사철 피는 야생장미다.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꽃을 피운다고 해서 투설홍(鬪雪紅), 봄을 이긴다 해 승춘(勝春)이라는 별호로 불리기도 한다. 열흘 만에 지는 여느 꽃과 다른 강인한 생명력에 예부터 선인들이 아꼈다.
화무십일홍을 외치던 후배에게 양만리의 시를 넌지시 들려주자 금세 재치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혹시라도 나중에 호를 짓게 된다면 '월계(月桂)'로 짓겠다고.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