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진중하고 엄숙한 질문의 해답을 찾는 시도는 100여년 전 이미 행해졌다. 주인공은 미국의 던컨 맥두걸 박사. 임종을 앞둔 환자 6명을 침대에 눕히고 몸무게를 쟀다. 숨이 멎는 순간 평균 21g의 몸무게가 줄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맥두걸 박사는 이 결과를 1907년 과학저널에 실었다. 하지만 겨우 6명에, 수분 증발 등 생체학적 변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반박이 잇따랐다.
100여년의 시차를 두고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말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나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격언대로라면, 천금의 가치와 무게를 지닌다. 일언기출(一言旣出) 사마난추(駟馬難追)라는 잠언대로라면, 한 번 뱉은 말은 사두마차(4마리 말이 끄는 빠른 마차)도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가볍고 날쌔다.
말의 무게는 상황에 따라, 누구 입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막걸리 한 잔 걸친 소시민의 "나라가 개판"이라는 탄식과 얼굴 반지르한 정치인의 "나라가 개판"이라는 독설은 질감부터 다르다. 선배가 후배에게 "엉망이구만" 하고 야단치는 것과 사장이 임원에게 "당신, 엉망이야"라고 질책하는 것이 결코 같은 질량일 수도 없다. 술 자리에서 "형, 사랑해"는 애정의 표현이지만 정색하고 말하는 "형, 사랑해"는 커밍아웃이다. 정규직에게 "그만두고 싶냐"는 경고성 채찍이지만 비정규직에게 "그만두고 싶지"는 정신적인 칼부림이다. 그러니, 구체적으로 말의 무게를 잰다면 지위가 올라갈수록, 권력이 많을수록 더더욱 묵직해진다는 결론에 이른다. 게다가 막말이라면?
이정일 금융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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