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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를 통해 수주하는 모델 만든다·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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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과거 전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은 한국은 이제는 주요 원조 공여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 2위의 경제강국 자리에 올라선 중국과 오랫 동안 2위 자리를 지킨 일본의 원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우리의 경제규모에 걸맞은 '한정된' 자산으로 공여국의 체면을 차리면서도 효과를 누리는 사업을 발굴하는 게 주요한 과제로 떠올랐다.중소득 국가 도약을 위해 경제개발 10개년 계획을 추진중인 스리랑카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에서 이런 정책과제 달성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어 주목된다.

코이카와 대보건설이 건립한 함반토타 국제회의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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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늘었지만 中·日에 비하면 소규모=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한 국가로 우리의 도움을 절실히 원하는 나라에 ODA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그렇지만 넘치는 외환보유고를 활용하는 중국이나 1950년대부터 쌓은 부를 개발도상국에 뿌린 일본의 누적된 원조액에 비하면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정부의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1991년부터 2012년까지 21년 간 스리랑카에 무상원조로 총 9900만 달러, 유상원조로 3억1500만달러를 지원했다.

공여국기관 가운데서는(2012년 기준) 아시아개발은행(ADB), 일본, 유럽연합(EU)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한다.
정부와 코이카는 10년 전 쓰나미로 붕괴된 마타라시의 마하나마 교량을 6차선으로 확장하는 등 스리랑카 인프라 건설에도 참여해 찬사를 받기는 한다.

그렇지만 이는 이웃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중국은 1971년부터 시작한 유상 차관을 총 60억달러로 지원했다.특히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중 94%를 쏟아부었다.이 기간중 중국은 연간 8억~10억달러를 원조한 셈이다. 스리랑카를 중국의 '진주 목거리'전략의 중요한 '진주 알'로 만드려는 복안이었다.

1954년부터 기술연수 전문가를 파견하기 시작한 일본은 유상 차관만 총 84억8000만달러 지원했다. 특히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유상 24억3900만달러,무상 3억4000만달러 등 총 27억7900만달러를 지원했다. 연간 3억달러 규모다.

중국과 일본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총리가 경쟁하듯이 방문해 막대한 규모의 원조 계약서에 서명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6월 말 현재 3조9990억달러와 1조28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를 활용해야 하는 중국과 일본의 물량 공세는 거세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처럼 막대한 원조는 스리랑카의 사회기간 시설에 투입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스리랑카는 2016년까지 1인당 GDP 4200달러 달성과 중소득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2006년부터 10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양과 항공,에너지,지식의 허브국가가 되고, 동북부를 개발하며, 교통과 통신,교육과 보건시스템 개선 등 인프라 확충을 3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일의 물량공세와 한국의 한정된 원조는 비단 스리랑카 뿐 아니라 한국이 원조하는 개도국 거의 모든 것에서 공통된 현상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한국의 개발협력 전략 또한 달라져야 한다.

김인 코이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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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 김인이사나 조규찬 스리랑카 사무소장은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실질로 개선할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개발전략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이사는 "한국의 이런 ODA 전략은 최근 대형 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스리랑카에 대폭 원조를 늘리고 있는 중국이나, 현재 제1 공여국인 일본과도 차별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함반토타 국제회의장 내부를 코이카 직원들이 둘러보고 있다.

함반토타 국제회의장 내부를 코이카 직원들이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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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반도타 국제회의장,ODA를 통한 사업 수주 모델=ODA는 통상 유상원조와 무상원조로 나뉜다. 유상원조는 차관으로 공여되고 수원국이 책임을 지고 사업을 진행한다. 무상원조는 공여국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업을 완료해 소유권을 수원국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느 것이나 원조를 주는 나라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게 마련이다. 대규모 원조를 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은 원조사업에 자국의 건설업체를 참여시키고 있다. 코이카 김인 이사는 "동남아시아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 등 개발협력 사업에는 이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면서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의 기간시설 분야는 ODA 자금으로 선점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국제회의장 건립사업은 이정표가 될 만한 사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라자파삭 스리랑카 대통령은 고향인 함반토타를 스리랑카 제2의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함반토타 행정단지와 항만,공항,병원 등의 공사를 벌이고 있다. 외교부와 코이카는 이 곳에 국제 수준의 컨벤션센터를 건립했다. 기획재정부가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벌이는 함반토타 행정단지 개발사업과 연계해 쓰나미 피해로 기반이 붕괴된 스리랑카 남부지역의 종합 발전을 꾀한다는 게 목표였다.

컨벤션 센터의 전체 넓이는 3만평이다. 통역시설과 15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갖춘 본관이 2500평이고 회의실과 그랜드 볼룸,회의실과 식당 등을 갖춘 별관이 2300평 규모다.본관 규모는 스리랑카 최대다. 중국이 콜롬보 요지에 1973년에 건립해준 반다라나야케 기념 국제회의장(BMIH.1460석)보다 큰 스리랑카의 랜드마크다. 1000석 규모인 서울 세종문화회관보다 크다.

지난달 7일 공식 오픈 한 이후 영연방회의를 비롯해 12개 행사가 열렸다.요즘 이곳은 하루 500~1000여명의 지역주민들이 관람하는 지역명소가 됐다.

본관은 코이카가 발주한 사업지만 별관은 스리랑카 정부가 발주했고 우리나라 대보건설이 수주했다. 공사는 2007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7년이라는 장기간이 걸렸다. 준공식은 지난달 7일 열렸다. 본관 건설에 72억 정도가 들었다.

대보건설 변정석 이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보건설 변정석 이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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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건설의 변정석 이사는 "무대는 코끼리 100마리가 올라가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튼튼히 지었다.내부 중요한 기자재는 전부 한국에서 들여왔다"면서 "이 시설은 스리랑카 국민과 국가단합의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개발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은 것은 스리랑카 측의 사후관리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다.

김인 이사는 "이 컨벤션센터는 정부가 ODA를 제공하고,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사업을 수주하는 새로운 모델을 구현한 것"이라면서 "외교부가 바라는 ODA의 기대효과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고 강조했다.

대보건설은 코이카가 발주한 건설을 수행하면서 별관 사업도 수주했다. 146억원 규모다.김 이사는 "대보는 코이카 사업을 하면서 추가 수주를 한 성공사례"라면서 "ODA를 퍼주기라고 봐서는 곤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우리 업체들이 ODA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즉 수원국 정부가 짠 장기 마스터플랜이 있고 이에 따라 시범 사업을 해본 다음 성공가능성이 있을 경우 대규모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함반토타 컨벤션센터도 스리랑카 정부가 7년전에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것이다. 코이카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업의 진출을 유도했고 기업도 재원으로 해외개발사업 참여를 결정한 것이다.

김 이사는 "원조국의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지원전략과 원조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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